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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에 관해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09회 작성일 20-09-15 01:49

본문

그리움에 관해서/지천명

그리움의 바탕에
아라비아 숫자를
콩나물 다듬듯 느리게
그려넣다보니
8를 그려넣었다

차라리 사랑해라고
썼으면
몽글몽글하게 보드라운
8들이 그리움의 외벽을
넘지 않았을까

그리움을 말아쥔
손톱끝에서
그리다만 8들이
버그처럼 풀어져나온다

하이얗게 풀어져
분사되는 정자분이
자꾸만 빨려 들어가는
저것은 아마도
깊고 푸른 바다로
각성한다

물속에 잠겨 버린
하늘을 보지 못한 날은
전두엽의 4.6ml
쯤에 털이 돋아 있다

털을 헤치고
벅벅 긁는 손가락에
전두엽 해면의 비늘이
와르륵 쏟아져 내려와 있다

존심의 캐슬이
슬개골 처럼 접었다
폈다를 하며
갑각류 처럼 뽐을
내고 있다

어린시절 엄지손가락을
물리고 자갈밭에
내팽겼졌던
가재 한마리가
문득 무지개빛 기억
속으로 다녀 가신다

그저 그리움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흐르는 시간의 속음
까딱까딱을
맞추고 있다

차라리 종교처럼
겸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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