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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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 주 손
그 시장은 늘 사람들로 붐비지요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열리는 시장은
이승이 걸어 나오기도 하고
저승이 걸어 나가기도 합니다
좀 섬짓한 시장바닥이긴 해요
하얗게 뒤집어 쓴 면포綿布들은 해체를 기다리는 생선 같아요
살생부 같은 이름표를 단 들것들이 번호표를 기다립니다
하얀 죽음들이 분주히 날아 다닙니다
안간 힘으로 검은관에 매달린 모습이 참 안쓰럽기도 해요
아직 되새김질할 질긴 목숨 다시 살아야 하니까요
수레에 붙은 귀뚜라미가 가을이라 떼지어 웁니다
하얀 죽음이 빛나는 삶을 들고 멀쩡한 가슴을 가릅니다
허공에 뜬 가슴이 속절없이 난도질을 당합니다
산자락을 따라 고향의 강이 구비구비 흘러 갑니다
죽었다 살아 났다는 소리가 몽유夢遊처럼 속삭일 때
나는 처음으로 죽었다 살아 났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주손님의 댓글

감사 합니다.
건행과 건필을 빕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