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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몰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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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265회 작성일 20-09-20 19:44

본문

수몰지구(水沒地區)

지금은 폐허가 되어가는, 마을

공허한 건물들만 늘어선 횅한 거리를 지나서,
문득 돌아보면 한 없이 음울하고 적적하다
사람들이 떠나간지 그 얼마나 되었다고,
이내 벌써 가는 곳마다 이끼와 풀이 무성하다
정처없이 불어가는 바람에 측은히 귀 기울이면,
희미한 옛 노래가 가슴을 욱조인다
그것은 정겨웠던, 시절의 아련한 향수(鄕愁)일까...
정(情)으로 서로에게 살가웠던 주민들은
모두 서둘러 떠나가고, 을씨년히 나붙은
수몰예정지(水沒豫定地) 공고문(公告文)만
죽은 다음처럼 가벼이 마을 어귀에
목도리를 두르고 있다
이제 오랜 동안 차가운 물 속에 잠길 거란 걸
이전(以前)에도 스스로 알아차렸다는듯이
마을은 창백한 표정으로 말하고 있다
이곳도 한때는 따스한 사람들이 살았노라고,
저녁노을은 추상(追想)하듯 하늘에서 궁시렁거리고
싸늘하게 늘어선 빈집들만 저절로 어두워져
몰락(沒落)한 풍경을 그린다
먼데서 밤은 검은 망또를 서서히 두르고,
이제 사람은 아무도 살지 않는 유령 같은

마을

어디선가 등장한
날고기 탈을 쓴 박쥐 한 무리,
온 하늘을 까많게 덮는다 



                                                        - 繕乭 ,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몰예정지  마을엔 사람이 살지 않는다
다만 바람만이 살아서 어린시절의 향수에 일렁인다
 
호수에 잠긴 저녁놀엔
길을 잃은 수몰 예정공고문의 갈빛 고독
휑한 하늘빛 번민은 가을의 푸른 망또를
걸친 채 어디론가 걸어가고

주인을 잃은 빈 집의 이끼긴 푸성귀는
아무도 관심없는 무표정한 애증의 초상

내 잊힌 기억은 이제 어디로 갈까
나는 이제 어느사랑과 살아야 하나

어디선가 박쥐 한무리
온 하늘을 까맣게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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