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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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사는 것도 능력이지
우리 동네에 새로 지은 집에는
한의사 첩이라는 여자가 이사를 들었다
한의원 간호사를 하다
한의사 눈에 들었다고
동네 할머니들이 평상에 둘러 앉아
고구마 줄기처럼 번져 온 소문을
고구마 줄기처럼 까발리고 있다
바퀴가 달린 시장 바구니에
잡다한 작물들을 실어 담고 오가는
할머니들 곁으로 백조처럼 미끄러지던
첩상이의 흰색 벤츠가 그랜져로 바뀐다
아직 팔리지 않은 공터에
주인 허락도 없이 배추를 심어 놓은
구미댁 할머니가 벌떡 일어서더니
이놈의 덤부리는 우찌이리 잘 번지노,
해를 보고 입이 댓발이나 나온 나팔꽃을
녹슨 바지랑대에서 확 뜯어 내신다
빨래도 널도 않함시롱, 꽃은 좋더구만,
꽃이고 나발이고 치렁치렁 감아사서,
뿌리채로 뽑아 놓은 고춧대에서
합천댁 할머니가 따내는 보드러운 잎에
하얀 고추꽃들이 아직 피어 있다
에이구, 쯧쯧,
너머 우에 얹히갖고 참말로 애터지것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거 참 찰지네요.
마치 지금 우리동네 마당에서
들려오는 듯합니다.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런 시가 저는 참 좋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싣딤나무님의 댓글

감사합니다. 너덜길님, 저도 이런 시를 쓰면 마음이 좋습니다.
누추한 동네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소녀시대님의 댓글

시는역시 요렇게 꼴리는대로 써야되더라고요
성희롱죄 신고만 피한다면 섹스시도 괜찬을틴디
너무 노골적이면 속보인다고 욕먹어서 못하곤하죠
싣딤나무님의 댓글

섹스라...교미 말이지요? 그거 다들 하고 사는건데
소녀시대님은 아직도 환상을 가지고 계신듯, ㅋㅋㅋㅋ
사람이 하는 일 중 가장 생산적이긴 한듯,
한번 쓰봅시다. 우리 노벨파 답게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