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풍경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지난 여름 풍경
석촌 정금용
아이의 돌멩이에 유리가 깨졌다
송사리 물방개 참붕어가 이따금 내다보는 물렁한 유리창이 깨진 것이다
흩어진 평면이 찰나에 반짝였을 뿐
소리도 파편도 없어 망가진 거울 앞에 선 아이는 그림이 훼손된 줄은 까맣게 몰랐다
다른 손에 쥔 돌을 내려놓자 항의 하 듯 다가선 물 자취가 하얀 종아리를 둥그렇게 둘러쌌고
호수의 푸른 등줄기를 붙잡으려 했던 아이를 그림 속으로 잡아당긴
물이,
풍경 속에 아이를 빠뜨려 담은 것이다
밤낮없이 야숙을 일삼아 제 집같이
호숫가에 머물렀던, 차린 코스모스 곁을 빙빙 도는 잠자리만 남긴 여름날은 어느새 짐을 꾸려 떠나버려
찾아 머무는 이 없는 빈 벤치 홀로, 바람을 지우개 삼아 자꾸 고쳐 그리는 풍경을
놓치지 않는
멀찍이 지켜본
내 기억 속에 담겨 지워지지 않는 지난여름 찰랑대는 물가에서
종아리를 붙들려 어리둥절했던
어설픈 돌팔매로 그림을 망가뜨린, 제가 그림이 된 줄 모르는 기저귀 찬 엉덩방아를
서슴지 않았던 그 녀석은 지금 무엇을 하나
문득, 걸린 사진 속에서 그날을 꺼내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려나
댓글목록
빛날그날님의 댓글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그림으로 읽어주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