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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19회 작성일 20-09-24 20:20

본문

기다림 / 金然正

 

어릴 적에 기다림은 希望(희망)이었습니다

 

열 밤을 자고 나면 소풍날이야! 그래! 그래!

그러면 삶은 계란을 먹고, 사이다도 사 먹을 거야!

이십일만 지나면 추석날이야! 그래! 그래!

그러면 송편을 먹고 새 양말을 신는 거야!

한 달만 지나면 크리스마스야! 그래! 그래!

그러면 소나무를 베어다가 성탄장식을 할거야!

두 달이 지나면 한 살 더 먹는다! 그래! 그래!

그러면 떡꾹을 먹고 때때옷을 입는거야!

 

그리고 그날은 어김없이 그 날에 찾아 왔습니다.

그래서 기다림은 언제고 가슴 설레이게 하는 希望(희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훌쩍 커서는

기다림은 때로 슬픔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두 달이 지나면 끝이 올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러나 그 날에 그 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두 달이 지나면 올 것이란 말을 들을 때에도

다시금 희망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 날에도 그날은 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그 날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사람들은 말들 합니다

그래도 기다리고자 하니 몸도 마음도 지쳐갑니다

 

세상에는 기다려도, 기다려도,

그 날에 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있음을 비로소 알아갑니다

세월은 빠르게 흘러가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있음에

마음은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저만치 인생의 노을이 가까워 오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에 기다림은 설레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기다림은 기다림이 아니었음을 깨닫습니다

다 커서야 기다림은 슬픔이요, 그것이 인생임을 알아갑니다

기다림은 언제고 기다림인 것을 이제는 그냥 받아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 기다림의 날이 오지는 않았어도

그 기다림 속에 찾아온 것이 있었으니

그 기다림 속에 내가 변해가고 있었음을!

 

마음은 짙은 커피향 처럼 더 많이 깊어졌고

두 눈은 鄕愁(향수)에 더 깊이 젖어 들어

무지개를 찾아다니다 지치고 상한 길손을

잔잔한 미소로 환영할 수 있는 따스함과 넉넉함이 있는

나 아닌 내가 되었음을 보는 것입니다


오늘도 기다림은 여전히 슬픕니다

이 한날도 내 마음은 더 깊어져가고 넓어져 가겠지요?

짙은 커피향보다 더 깊이,

끝이 보이지 않는 더 넓은 鄕愁(향수)


댓글목록

겨울숲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겨울숲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희망없는 기다림은 너무 슬프죠. 그래도 기다림은 희망이 있다는 증거겠지요. 그 날이 언제 일지는 몰라도..., 댓글 감사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웬지 모를 공감의 영역이 많은 듯합니다.^^
창방에서 좋은 활동 많이 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추석 명절 잘 보내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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