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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어증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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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95회 작성일 20-09-26 20:07

본문

실어증의 하루 / 백록



몇 날 며칠을 고독과 씨름하던 작자가 간만에 변신을 모색하려는 듯
어느새 사뭇 쌀쌀해진 거리를 살피고 있다
도시의 거리는 그의 예측대로
한산 그 자체라며

때는 바야흐로
경자년의 한가위 근처
눈에 띄는 건, 온통
썰렁한 문체들이란다
간혹, 재갈을 문 말의 족적들이 옷깃을 스치지만
그 느낌은 마치 소리 없는 총성
하늬바람의 터무니란다

종종, 발굽을 잃어버린 말들도 침묵으로 흐르는데
족족, 병원을 들락거리는 낌새라며
희멀건 눈총들이 교차하는 순간
예외 없이 힐긋거리는 병색의
나약한 매무새들이라며

잠시의 고독을 탈출한 그는 종일
대화를 기피하고 있었다
모두 그레고르 잠자*의 돌연변이로 비친다며
보나 마나 썩은 벌레의 변이들이라며
저도 몰래 움찔움찔하며

스스로 재갈을 문 그의 혓바닥엔
실어로 씹히는 싫증의 자갈들만
잔뜩 구르고 있단다
오늘도 어김없이

-------------------------------------------------
* 카프카(1883-1924)의 단편소설 ‘변신’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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