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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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244회 작성일 20-10-05 08:13본문
서커스
내 유년 시절
동네에 서커스단이 온 적 있었다.
공터에 커다란 천막을 친다 광대가 돌아다니며 광고를 한다
며칠 동안 조용하던 동네가
시끌벅쩍했다.
서커스에 가면
얼굴은 소녀이고 몸통 이하는
뱀이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고 광고를 했다.
나는 어머니를 졸라
공연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천막 앞에 가 줄을 섰다.
서커스 장막이 걷히자
난 맨먼저 거대한 천막 안에 들어가 앉았다.
줄타기 곡예를 마치
원숭이처럼 민첩하게 하던,
허공 중에
동그라미 궤적도 그렸다가
삼각형 궤적도 그렸다가
동심원 궤적도 그렸다가
마음대로 하던,
내 또래 소녀가 서커스 스타였다.
그녀는 얼굴을 높이 쳐들고
눈은 새초롬하게 아래로 깔고
관객들을 향해 도도한 인사를 하였다.
시선으로 관객들을 좌악 훑으며
웃는 듯 마는 듯
그 조그만 얼굴을 내보였다.
나는 뱀 소녀는 까맣게 잊고
굳은 살이 박혔을 그 소녀의 손바닥을
훔쳐보았다.
이어 서커스단 단장이 무대에 나왔다.
지리산 어느 바위 틈에서
떡갈나무들과 고로쇠나무들 사이로 기어가는,
사람 얼굴을 한 뱀을 잡았다고 했다.
당신들에게 특별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대로 기어나온 것은,
아까 그 서커스 소녀가
조그만 몸 아래 종이로 만든
뱀 몸통을 붙인 것이었다.
물감으로 비늘모양을 얼굴에 그리고,
긴 속눈썹을 붙이고서.
관객들은 마구 웃었다.
하지만 그 웃는 사람들 속에서 나 혼자,
저 소녀를 누가 지리산 산 중에서 업어온 것 아닌가,
그렇다면 가족과 떨어져 저 소녀
얼마나 무섭고 외로울까,
저 소녀는 얼마나 지리산 바위 틈
떡갈나무들과 고로쇠나무들 사이로 돌아가고 싶을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눈시울 뜨겁게
솟아나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댓글목록
피탄님의 댓글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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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렇군요. 제가 쓴 댓글은
어릴 적 몇시간 보았던 소녀가 잊혀지지 않네요. 굉장히 몸집이 작았던 것 같은데. 구멍가게에서 예전에 불량식품을 팔았는데, 구멍가게에 갔다가 불량식품을 사먹고 있는 소녀를 딱 마주쳤습니다. 서커스단에서 입는 타이트를 입고 열심히 먹고 있더군요. 너무 예쁘고 카리스마가 있어서 그만...... 서커스 공연에서 마주쳤을 때는 완전 다른 사람 같더군요. 갑자기 생각이 나서 써 보았습니다.
위로 감사합니다. 저는 그냥 제 시를 쓸 뿐이지요. 창작게시판에 와서 할 일은 그것이니까요. 시 못쓰는 것이 고민이지 다른 뭐가 있겠습니까? 저 때문에 괜히 곤욕을 치르셨다니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