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푸레나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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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에게
바람이 잠시 네 우듬지 위에 앉았다
나도 잠시 네 둥치에 기대었다
빠르게 청설모가 내 발 앞까지 뛰어왔다
네 옆 상수리나무가 시기했다
이파리들이 빠르게 떨어지더니
어디론가 가버렸다
그들은 그들의 길을 걷는 거라고 했으나
그것은 떨어짐의 다른 말이었다
구름은 비를 던져 너를 위로했다
가벼운 느낌으로 던졌고
너는 포수처럼 안정감 있게 받아들였다
곧 겨울이 올 거라 했다
그러면 눈이 오실 테고 우리는
눈을 눈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일 것이었다
눈 쌓인 겨울이 와서
떠나간 이파리들이 까마득한 소실점이 되면
우리는 눈으로 만든 공을 던지고 또 받으면서
서서히 잊혀져 가면 된다
망각을 깨뜨린 옹이에서 새 순이 돋을 때
던져진 공은 미래로부터 돌아올 것이므로
댓글목록
미스터한공님의 댓글

도대체 이런 시는 어떻게 쓰는지
겉에서 속을 우려내는 깊고 세밀한 관찰이 없으면 가능할까
그렇다 쳐도
시인이든 뭐든 따로 있는게 분명
쌤 그럴걸요
너덜길님의 댓글

처음 뵙는 것 같은데,
자주 좋은 시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건필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