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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령왕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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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17회 작성일 20-10-10 09:01

본문


무령왕릉에서 



나는 말이 없는 여자를 만났지. 검은 물결에 벼랑이 솟아 있었지. 벼랑 꼭대기에 해송 한 그루 있었지. 구부러진 가지는 절규하고 있었지. 그 절규는 썩어가는 혈관 타고 전류처럼 위로 위로 올라갔지.


여자는 금방이라도 물결 속으로 뛰어들 듯,

수그리고 물결을 노려보고 있었지. 노송 껍데기가 여자의 눈꺼풀에 잔뜩 덮여있었지. 여자는 딱딱한 껍데기가 떨어져나가는

자기 살갗을 바느질하며 꿰메고 있었지.


나는 탯줄로 그 여자의 혀를 꿰어

탯줄의 다른 쪽 끝을 해송에 단단히 묶었어. 그러자 봄이었지. 그녀는 썩어가는 나무상자 안에 들어가 누웠어. 투명한 바람이 불어오고 흰배추꽃들이 일렁거렸지.


그녀의 시간이 금가는 비췿빗 곡옥마다

흘러들어오고 흘러나가는 광휘가 있었지. 작은 보트를 타고 

그 광휘 안에서 표류하는 연인들이 멀리 보였지. 나는 대리석 안에 그 여자를 양각해 넣었지. 그녀가 두 팔을 벌리자 

얇은 대리석 결이 베일마냥 그녀의 몸으로부터 스르르 흘려내렸어. 그 여자는 암굴이었고, 

자궁이 녹아 청록빛 물이 하얀 실뿌리들로부터 

흘러나왔지.


파도가 한번 더

푸른 말의 갈기를 쥐어뜯자, 


그 여자 어디로 사라지고 

차가운 대리석 위에 먼지처럼 부슬부슬

햇빛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었어.

어디선가 직박구리새 소리가 

들려왔어. 명징한

신경의 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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