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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프로그래머의 겨울 일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90회 작성일 20-10-14 19:53

본문

어느 프로그래머의 겨울 일기
 

어제 나는 너의 후생을 연산했다
하늘 계단을 오르는 너의 망령,
어둠으로 반죽한 빛바랜 너의 고독
어제 나는 너의 그리움을 처음 입력했다
만남의 소실점은 이별,
이별의 발화점은 곧 새로운 인연의
꼭짓점이란 것도

오늘 나는 너의 이메일로 확인했다

구름 누각 위에 서 있는
너의 사진은 무중력의 꽃,
달빛은 구름의 화석,
달 분화구는 꽃의 무덤이건만
너와 나 무한한 자작나무 숲 낙엽길
시간의 발자국을 밟는 겨울 눈꽃 송이
그리고 지워지지 않을 기억 한 줌

오늘도 나는 너를 저장한다

내 전두엽의 손끝이 까슬까슬한
회전각으로 진저리칠 때
그대 이름은 푸른 바다 수평선
너머 검은 쪽배 한 점,
잿빛 촛대바위를 삼키는 파도 위를
유랑하는 갈매기 부리의 서슬 퍼런 몸짓,
집 주소도 비밀번호도 없는
투명 인간의 알고리즘
좁은 길을 향하여 걸어가는
내 심장 박동 소리가 노을빛에
타들어 갈 때마다
그대 머리카락에 흔들리는
바람 깃털의 영혼처럼
그대 보랏빛 기다림에 일렁이는
천 개의 붙박이별처럼

매일 나는 그대를 미리 보기 한다

은행나무 겨드랑이 틈 역광의
햇덩이 심장은 원본 그대로
저장한 견고한 소프트웨어,
까무룩 한 여우비의 날숨이
먹장구름을 할큄은 쌍무지개의
들숨이 빚은 애증의 발자국

내일 나는 그대에게 은 초록
사랑을 전송하련다

블랙홀 귀퉁이, 별 무리 숲
뒷면 마을에 있는 그대,
상념으로 업그레이드된 별똥별들이
동반 추락함은 죽을 만큼 아픈 운명의
선택이란 것을 알기에
차라리 오늘 밤 나는 별빛 속을
유랑하는 너의 꿈을 몰래 꺼내 컬러
출력해보련다

첫눈 오는 날 다시 만나기로 했건만
아직도 나의 바탕화면은 끝이
보이지 않는 시퍼런 겨울 절벽이다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세상에 첫눈올때만난다는 쌩을 믿지는 않지만
어쩔수없이 쌩을 까야하는 노벨상작가는  오늘도
날쌩을 깠다
첫눈올땐 또한번 쌩을 까야겠다
그래야 덜 춥지안겠는가
 
안그런가여?

젯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행을 갈고, 요리조리 비틀고 장식해도 산문은 산문입니다.
시로 시작해서 산문으로 끝내시는 것은 배려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벨상 작가님은 품이 넓은 것을 믿고 직언을 해봅니다.
ㅋㅋㅋㅋ

오늘도 노벨파에 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젯소 올림.

소녀시대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쓰고나서 노벨상후보  삼사순위시로  보았는데
독자들반응이  영 아닌듯 

너무 비틀었나여? 
시는 혼자쓰는게 아니겠죠  감삽니다

젯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젯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더 진지해지고 치열 해져서 좋습니다.
시어들의 밀도가 한층 높아졌고요.

우리 노벨파들은 과정에 충실하니 좋은 현상인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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