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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린 시옷ㅿ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74회 작성일 20-10-19 22:00

본문



       여린 시옷ㅿ / 김 재 숙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깊이가 되었을 때

너는 여린 시옷이 되었다

이제 낱자의 값조차 사라진 ㅿ

시옷 보다 더 여린 마음의 울림이 분명 존재하던

하지만

살짝 얽은 얼굴 어딘가 후미져 보이는

아재 혹은 아낙이 되어

가실 부섴 메사리* 속으로 스며든 너

 

차라리

바늘로 변한 입술 퇴화시킨 날개의 매미목*

이었으면 어떨까!

밟히면 비비적대고 누추함을 변명하고

진딧물처럼 인생의 꺼풀에 붙어 가는

 

사표를 던졌다

30년 버틴 악착같던 도량을 버리고

소매 끝 실밥을 떼어내듯

홀홀한 저녁을 걸어

마루 끝 텅 빈 울음에 걸터앉으니

단배추 이파리 진딧물이 배를 불리고 있네

  

흘깃 쏘아보던 가슴에서

너처럼 나도 

두서없는 깊이로 와르르 무너진다.

 

                

                             *ㅿ으로 합류 된 경상일부지역의 방언

                                   *곤충강의 한 목.

 

 

 

 

 


댓글목록

EKangCherl님의 댓글

profile_image EKangChe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야..
대단한 수작입니다..
참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읽는 내내 이 시는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맙습니다..
^^*..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25년 전 대학병원 입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 선친께서 저보다 더 기뻐해 주셨는데 무심한 세월은 왜 그리도 빨리 흘러가는지, 저도 이제 여린 시옷처럼 후미져 보이는 아재가 다 되었네요.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붉은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붉은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두분 시인님 들러봐 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가을 모든 이에게 추억과 낭만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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