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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량한 마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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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83회 작성일 20-10-20 22:22

본문

황촌일기(荒村日記) 


음산한 입구엔 그 언제부터인가
철거를 알리는 공고문이 서있고
무지한 힘 앞에 숨 죽이는 침묵만 깃들었다
계절에 관계없이 풍경은 창백하고 매우 차갑다
터무니 없이 고독한 하늘이
공중에서 빙빙 돌고
터줏대감 같은 까마귀가
까만 눈을 번득이며 정찰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누렇게 헐벗은 몸으로
오들오들 떤다
더러운 시궁창에서 절벅거리는
상처의 변두리에서
이따금 사람 사는 소리도 들린다
아, 아직도... 그렇게
.
.
.
희미한 불빛이 어느 오두막에서
기어나온다
주민들이 떠나간 장소 같은 곳에서
자꾸 너는 - 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허덕이는 시간이
별 생채기도 없이
시간의 때를 말살하고
오로지 남겨진 흔적만이
처연한 가슴에 상륙한다
폭력을 휘두르는 힘에게
약탈을 당하며
.
.
.
그래도
최후의 말이 잃어지기 전에
속삭이는,
밤 같은 소리

마지막 남은 온순한 풍경도
이윽고 문을 닫는다



                                             - 繕乭 ,

 


Fragile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출입 금지를 알리는 철조망을 보듬고 피어오른 나팔꽃 무리가 절 보고 수런거리는 듯 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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