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의 정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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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4회 작성일 20-10-25 20:14본문
기하학의 정원에서
기하학의 정원에 들어갔다. 정육면체의 꿈이 평면의 잎새 안에
흔들리고 있었다. 후박나무 잎새 사이로
청개구리 한 마리가 은하수를 어지럽히며 기어갔다. 누나는 오가피나무 새순을 따며
늙어가고 있었다. 나는 금송나무와 칙백나무 사이 좁은 길을 걸어가며
내가 걸어갈수록 그 길은 점점 더 길어지고 좁아진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고통은 좌우대칭이다. 나의 고통으로 하여 쾌락을 일으키는 존재가
이 정원 안에 있다. 그것은 신경을 거친 가지 속으로 꽂고 수액 속 발버둥치며
가장 가난한 집 청록빛 대문
창백한 대리석 문패 안으로 들어갔다. 우선
그늘을 향해 약간 기울어진 장독대에 눈길을 준다.
마당에는 수국이 비린 흙 위에 벌어 있었다. 나는 누나가 이미
수국 빛깔 고통을 찾아 백지를 펼치고 그 위에 손톱을 깎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가피나무 새 순을 따며' 늙어가는 누나와,
'걸어갈수록 점점 더 길어지고 좁아지는' 길을 걷고 있는 나,
고통과 쾌락의 삶의 길,
그렇게 그렇게 제겐 읽히는군요.
절정의 시 하나 건져올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제겐 그렇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절정의 시라고 하기에는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시는 말씀이시겠지요.
너덜길님의 훌륭한 시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