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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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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35회 작성일 20-10-27 08:47

본문

귀향 / 백록


 
반도의 반쪽 한가운데 그 한밭에서 한참을 뒹굴다
불현듯, 정동진을 향하던 날엔
해 뜨는 바다가 날 기다렸다는 듯 널리 펼쳐져 있었다
간혹, 서산마루에 오르던 시간엔
누렇게 익어가는 술상이 거나하게 차려져 있었다
북녘 하늘은 바라만 보아도 북받치는 설움만
축 늘어진 울대로 치밀어 올랐다
억누를 길조차 없음을 뒤로 물리고
어느덧 흘려버린 청춘의 회한을 달래며
마침내, 마파람 비치는 남쪽을 향했다
사방이 훤히 트인 망망대해
그 가운데 섬으로
파란만장한 전설의 무덤 같은
나의 요람으로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명耳鳴 / 백록


동안거를 향한 상강의 이 절기까지
늦도록 내가 사랑한 건
하늬바람 같은 귀뚜라미의
늙은 영혼이었다

지난날 귀 뚫어지도록 울부짖던
쓰르라미의 울음을 닮은
가을, 그 쓸쓸함의
갈바람에 차이다 칼바람에 베이다
마침내, 꽁꽁 얼어붙어버리던
어느 날갯짓의

한때나마 뜨거운 여름에 매달리던
이순의 삭막한 이 계절이
마구 징징거리는 날
막바지 적막을 향한
생이별 같은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야맹의 관음증 / 백록


오늘은 시월의 끄트머리
마침, 흐릿한 십오야 근처다

저만치 창 안에 점과 점이 작은따옴표 속을 흐느적거리고 있다
홍등이 켜진 망막으로 어느새 6과 9의 환상이 꿈틀거리고 있다
야하게 속삭이던 신음이 점점 몸피를 키우더니
어느덧 이순을 삼켜버린 이명을 야금야금 물어뜯고 있다
선잠조차 무너져버린 불면의 지경地鏡에서
숨마저 씹어버릴 것 같은 소리로

막 동이 틀 무렵
그 자리로 야옹이 두 마리 얼씬거린다
저들도 간밤에 잠 못 이룬 낌새다
눈 비비는 걸 보니

가만있자
거추장스런 저 창가로
초록초록 비치는 건
관음의 죽인가
야관의 문인가

sundol님의 댓글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곧, 귀향 歸鄕할 처지이지만..

- 흔히들 그렇게 말하지요
돌아갔다고

(제 돌파리 주치의 主治醫의 근엄한 말씀)


아무튼, 시가 마음에 콱! 와 닿습니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슨 말씀을 그렇게...
물론 인명은 제천이라지만
다하는 날까지
허접한 글이라도 여기저기 흘려놓으면
다행히 공감하는 이들에겐
읽을거리라도 되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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