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자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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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31회 작성일 20-10-30 09:18본문
항해자의 꿈
어디서 물결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책상 앞으로 더 바싹 다가앉는다. 아이 하나가 생글생글 웃으며 다가온다. 아이 머리카락에서 젖은 산호가지와 아귀의 넓게 벌린 입과 파도에 둥글둥글 닳은 바위와 부러진 손톱이 들려온다. 나는 시를 쓰는 중이었고, 스피커 안에서는 칼라프왕자가 찔레꽃이 덮인 담장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단두대로 가야한다. 서로 손 꼬옥 맞잡고 목이 없는 로미오와 쥴리엣이 되어야 한다. 프라하 얼어붙은 담장 아래에서 강철 탄환에 심장을 맞고 쓰러져야 한다. 저녁 무렵이면 높이 들어올려지는 도개교가 딱 반으로 갈라졌다. 물미역이 벽시계 분침과 시침 위에 걸려있다.
아이는 작은 손바닥에 홍매화 한가득 들고왔다. 나의 시에서는 시취가 풍긴다. 청록빛 풍선이 하늘로 둥둥 떠 올라간다. 아이가 홍매화를 하나 하나 내 책상 위에 놓는다. 열꽃이 홍매화 얼굴을 한가득 덮었다. 나의 시는 이럴 때, 굶주린 표범이 갸르릉 갸르릉 목 끓는 행복한 소리를 낸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좌절과 침체 속에서도 실낱같은, 터럭만 한 희망이 있다면 내 가슴속에서 언제나 뜨겁게 솟아오르는 붉은 피,
아, 그대여!
불금인 오늘 밤, 시취를 맡으며 잠 못 드는 아리아 한 곡 권해 드립니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한표 추천드립니다. 즐거운 토요일 맞으시길 바랍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항해자의 꿈 - 항해를 마악 시작하려는 사람도 아니고, 항해를 마친 사람도 아니고,
이미지와 상징과 삶과 죽음 사이를 항해하는
저의 모습이겠죠.
파바로티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주세페 디 스테파노 팬입니다. 영원한 청춘의 목소리죠. 제 시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주말 보내십시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있는 그대로의 시를 감상하려고 합니다만 이상하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저에게 시를 통해 숨은그림을 찾으려고 하는 나쁜 버릇이 생긴듯합니다. 올려주신 글을 감상하면서도 있는 그대로의 시를 느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습관처럼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와 연결하려고 하다 보니 오페라 속의 아리아 'Nessun Dorma'가 떠올라 댓글을 올린 것입니다.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라면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숨 한번 들이쉬고 차근히 준비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부족한 자신을 되돌아보며,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천만에요.
제가 시를 쓸 때의 심정을 잘 짚어내셔서 그냥 놀랐을 뿐입니다.
시에 네순 도르마가 나온다면 당연히 의미가 있어 나온 것 맞습니다. 왕자가 중국의 궁궐 담장이 아니라
찔레꽃을 향해 노래를 부른다면 거기 이유가 있는 것도 맞습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시에서 잘못된 길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자기에게 진실한 길을 가는 것뿐입니다.
하지만 이 길 저 길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신다는 것은 찬성입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라라리베님의 댓글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간에게 죽음이란 관문이 있기 때문에
항해의 길목마다 품고싶은 열정으로 순간순간을
치열하게 보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한시적인 생이어서 더욱 꿈꿀 수 있는
물음표로 점철되어진 길
더불어 갸르릉갸르릉 행복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코렐리님의 시에 도취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히 잘 감상했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훌륭한 말씀 남겨주신 것도......
요즘 하는 일이 있어 너무 지쳐있는데,
제 자신에게 시를 쓰고 싶어졌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열정을 가지고 물음표로 점철되어진 길을 가고 싶습니다.
꿈과 내가 둘이 아닌,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쓰신 훌륭한 시가 최우수작 선정되셨음을 축하드립니다.
어쩌면 그렇게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쓰시는지
감탄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