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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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73회 작성일 20-10-31 07:52본문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향해 저 능선 너머 무언가 있다고 손가락질
해야 할 듯해. 허공을 지향 없이 날아가는
풍선에도 심장이 있다고. 불타오르는 해바라기를
나무 창틀에 놓아두는 일에도
마음에는 꼭 맺힌 것이 있다고.
아침
숲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선 적 있었지.
젖은 흙 위에
죽어 떨어진 아기새가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을
본 적 있었지.
내 옆구리에는 빈 스케치북 하나가
끼어져 있었으며,
4B 연필 끝에는 슬픔이 맺혀있었지.
누군가 아기새의 눈망울에다가
투명한 이슬을 얹어놓았어.
이슬방울은 어디에나
깔려있었지.
내 발끝부터 서서히
차갑게 적셔오는 것이었어.
내가 걸어올라가는 오솔길 끝에
작은 학교 하나 있었고,
운동장 한쪽 끝에는 훨훨 날아가는
나비꽃들이,
다른 쪽끝에는 청록빛 심해로 가라앉아가는
페르골라가 있었지.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오래전 회색의 세상 속에 갇혀 살다 램브란트처럼 빛의 세계를 동경한 화가가 있었지요. 갈색의 낮은 곳에 머문 인생들을 보듬어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던 그 사람, 광활한 밀밭에서 청록을 동경하며 자신의 가슴에 총알을 날렸던 사람, 이 글을 통해 그이의 하얀 캔버스 위에 시인님의 시가 비치는군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다녔던 중학교가 산위에 있었는데, 그 아래 숲이 있었습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숲으로 다녔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일 좋은 전망은 어느 무덤이 있는 곳이었지요. 그 아래에서 멋들어진 소나무숲과 등성이가 보였으니까요.
무덤 부근에 쪼그리고 앉아 소나무숲을 그리노라면
사람들이 구경한다고 몰려들었지요. 학교에 올라오면 운동장 한구석 페르골라 -
제가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거기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키가 아주 크고 해맑던 여자아이였는데, 시를 굉장히 잘 써서 상도 여러번 받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시로 쓰겠는데, 이 여자아이만큼은 시로 쓸 수 없네요. 담으려 해도 담으려 해도
그 아이의 본질은 손 안에서 빠져나가버리네요.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한 통의 러브레터군요. 그 시절은 다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인님과 저의 유년 시절이 유난히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혹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마르셀 프루스트를 한번 만나보시죠. 평안한 휴일 아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