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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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02회 작성일 20-11-01 07:43본문
며칠간만
며칠간만 섬에 다녀오자 했다. 섬에 열대의 꽃이며 드물다는 해왕수며 아기나리꽃 튤립 아이리스 양귀비꽃이 선연하다고 들었기에. 그 꽃에 묻힌 길을 걸으며 꽃잎이 옷에 닿을까 몸집이 미나리마냥 가늘어졌다는 여류시인을 시집에서 읽었다. 나는 이유없이 그 시인이 그리워졌다. 그 시인이 얼마 전 새 시집을 출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소식도 들었다. 그녀는 거제도 항구로 이어지는 좁은 벼랑길 암흑이 들면 가로등조차 없는 곳에서 사라져버렸다고 했다. 나는 그녀가 일렁이는 별빛들로 가득한 밤하늘 아래서 가늘어지다가 가늘어지다가 한 줄기 졸졸 흐르는 물로 빛을 반사하며 바위 틈으로 스며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렇다. 험준한 바위들 하반신이 청록빛 것에 잠겨 홀로 위태로운 것이, 어찌 섬뿐이랴. 나는 빗물을 기울여 그 위에 뜬 연꽃 비슷한 것을 삼키는 그녀의 가슴에 총상 하나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총상 안으로 내 손가락을 집어넣자 뜨거운 것도 닿고 매운 것도 닿고 형체 있는 것이랑 형체 없는 것이랑 희미한 것이랑 일렁이는 빛을 쏘아내는 것이랑 하나 하나 닿아오는 것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서는 피 비린내가 났다. 나는 그녀가, 산과 바다와 평야와 구릉에 가득 깔린 고사목들을 밟고 오느라 시취가 몸에 묻은 것을 닦아주었던 기억이 났다. 며칠간만 섬에 다녀오자 했다. 그녀는 그 섬에서 열대의 꽃이며 드물다는 해왕수며 아기나리꽃 튤립 아이리스 양귀비꽃으로 흩어져 있으리라. 그것이 그녀다운 일이다. 텅 빈 조개껍데기들을 모아 그 위에 구공탄 불을 피운다. 어디선가 인어 지느러미가 투명한 물살을 첨벙첨벙 튀기는 소리 들려온다. 양귀비꽃과 쇠사슬 짤랑거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댓글목록
EKangCherl님의 댓글
EKangCher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 것 없는 글인데, 좋게 보아주시는 거겠죠. 열심히 하라시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상한 나라 앨리스에 마법이 아적 통하지 않아
순수의 내적 신성이 닿지 않으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굉장히 예리한 평을 주셨네요.
가슴이 뜨끔합니다.
영감 없이 쓴 글이라 좀 맥이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