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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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엘리
아침을 젖히면
이란 처녀의 수줍은 얼굴을 가린
차도르를 젖히면
그 눈동자는 커다랗고 잿빛이며
수정처럼 흐릿한 투명함.
눈동자의 가장자리 잿빛 기슭에 서서
그 중심을 들여다보다가
발을 헛디디면 청록빛 심연 속으로
떨어져버릴 것 같아,
그것은 사막의 달구어진 모래알들로
쌓아올린 빛의 지층이며,
물결 찰랑이는 오아시스의
야자나무 잎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의
서걱임이며,
새빨간 바위가 험준하게 몸 뻗은
그 칼날 위를 재빠르게 기어가는 사막거미이며,
시들지 않는 꿈은
얇은 베일 안에서 여덟 겹 황홀을 향해
흘러가고 있나니.
네가 발음하는 이국어는,
사막의 밤하늘 가득 채운
별빛 조각들끼리
서로 부딪치는
포스근한 마찰음 같아.
잇새로 숨 드나드는
낙원의 포도알 속,
가느란 향유 불
기어오르는.
너는 널 향해
무너져내리는
카비르 사막의 석탑이
자기 입을 막고 질식해가는
그 이유를 알고 있나.
** 어느 이란 여자의 눈동자를 가까이서 본 일 있다.
눈동자가 아주 크고 그 중심이 청록빛 섞인 잿빛이었으며
마치 빨려들어갈 듯 신비로웠다. 평범하고 호기심 많던 그녀는
내가 자기 속에서 신비로움을 읽었던 사실을 알고 있을까...... **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아름다움의 추적자가 부리려는 환희로의 이행
순수의 배면에 자리한 검음의 맥이 푸름의 안온과 교호하려
생명의 소중함의 맥을 풉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댓글 감사드립니다.
그 이란 아가씨 눈동자가 정말 커다랗고 잿빛 수정같아서
순간적으로 숨이 막히더군요. 꽤 오래전 일인데도 지금까지도 기억이 납니다.
사람 눈동자를 보고 그런 느낌 가졌던 적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놀라움을 시로 묘사해보고 싶은데, 가능이나 할 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름다움의 추적자였던 것 같습니다. 날카로우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