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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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물빛 아래
민첩하고 날렵한
굶주린 맹수의 눈빛으로
하나의 초점이 오직 한곳의 표적을 주시하는
푸른 눈동자가 있었지
자외선이 온몸을 통과하면
살갗은 말린 꽃으로 변해갔어
폭우가 쏟아지고
바람이 몹시 부는 날
그녀가 암호 같은 노랠 흥얼거렸어
선율을 더듬어 어쿠스틱 피아노 건반을 따라갔지
미, 솔, 파, 레,
사람들은 바다사자처럼 공포에 떨었지만
나의 오감은 표현할 수 없는
온화함에 휩싸였지
전설은 전설로만 남는 걸까
그저 지어낸 이야기에 불과한 것일까
거울처럼 맑게 품은 망막에서
얼룩진 화상이 찢어졌어
그녀가 날 바라봤지
무엇인가 성급히 찾고 있는듯해
책상 위에 흐트러진 동화책 한 권을 확 집어 들더니
삽화가 그려진 겉표지를 나에게 내밀었지
'시스터'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어
어느 날
두 자매가 알몸으로 바닷속을 거닐었지
물 위에서 인간의 그물질이 시작되었고
수면 아래 성체가 물 밖으로 튕겨 나갔지
그녀의 노래는
그리움이 피워 올린 꽃이었을까
그녀가 내 머릴 잡아당기더니
가슴에 수놓은 새의 깃털을 더듬었지
나는 그녀의 심장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어
신께서 천지를 창조하고
하늘에 해와 달을 매달아 놓았듯
텅 빈 모래밭에 뿌려진 조개껍데기 안에서
오늘 밤,
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전설에 의하면 이 생명체들은 한때 학살당했다고 한다
댓글목록
EKangCherl님의 댓글

아름다움에 가까운 시입니다..
고맙습니다..
^^*..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부족한 졸글에 아름다움에 가깝다고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격려의 말씀 주셔서 고맙습니다. 평안한 밤 되시길요. 시인님!
tang님의 댓글

형용의 힘을 대면합니다
향연으로의 몰입이 자기의 거역과 만납니다
소실되는 생명의 힘이 자기를 부양시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제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하여 말씀의 뜻을 전부 헤아릴 순 없으나 격려의 말씀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평온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시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