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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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440회 작성일 20-11-10 06:18본문
낙엽
어제 가을비가 내렸다.
가을비가 내리자 은행나무잎들이
저 높은 데서 거대해져갔다.
너무 거대해져서 죽음의 빛깔을 띠어갔다.
너와 나는
은행나무잎들 아래를 걸었다.
노란빛깔은 죽음의 빛깔이다.
죽음을 황홀해하는 빛깔이다.
빛깔이 바다로 떠나가 돌아오지 않는 빛깔이다.
차가운 길 위에 얼굴을 박고
차갑게 투명한 표정을 숨기며
잎들은 더 거대해져갔다.
발 아래 기괴한 풍경의
늑골들이 깔렸다.
땅에 깔린 잎맥들이
방향을 가리키지 않고 잘게
끊어졌다.
너와 나는
아까부터 말이 없다.
근정전 지붕이 더 높아 보인다.
더 차갑고
생명을 닮아 보인다.
우리도 언젠가는 노란 빛깔 띠겠지.
다른 가을이
무산(巫山)에
무산(巫山)에 돌아올 때,
댓글목록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무산에 먼저 가 있으심은 어떨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한번 어떻게 풀어볼 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응혈의 기운을 대합니다
地氣가 더했으면 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제안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대로, 덕수궁에 가서 가을풍경을 본 감상을 스케치하듯 그린 시가 되었는데,
한번 어떻게 이것을 발전시켜나갈지 생각해보겠습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을 바람부는 은행나무 아래 서면 세상은 온통 노랑입니다.
참 황홀하죠. 국민학교 2학년, 단풍잎과 은행나뭇닢을
가져가야 하는 숙제가 있었습니다. 나무를 찾아가서 본 노랑의 황홀이
지금도 선연해서 가을은 언제나 제게 노랑이었지요.
무산은 휴전선이 걸쳐져 있어서 더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네요.
경계로서의 노랑, 죽음과 황홀의 대비가 이 시를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아름다운시, 즐감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류꽃님도 저와 비슷한 경험이 있으시군요. 석류꽃님 말씀이 더 아름다운 시 같습니다.
덕수궁에 갔다가 사방을 물들인 선연한 노란빛을 보았습니다.
무엇의 상징이나 그 무엇도 아닌
선연한 노란빛깔 그 자체 - 가을을 채우는 숨결같은 -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언젠가 미래에는, 온전히 시로 풀려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여기서 무산은 우리나라 산이 아니라, 중국 신화에 나오는 초월적 세계입니다. 허난설헌의 시에선가 보았습니다.
별것 아닌 시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