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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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487회 작성일 20-11-14 08:08본문
살을 다 발라낸 생선 가시처럼
더 발라낼 것 없는
아이가 여기 누워있다.
나는 그 아이의 병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
화단 옆을 떠나지 못한다.
그 아이의 병은 나로부터 온 것이다.
그렇다면 이 흙 위에 누운 것은 그 아이를 잡아먹고
얇은 껍질 바르르
봄하늘에 녹아드는 씨앗인 걸까. 그것은 개화하려고
눈 감고 태중에 은어떼 키우는
하구인 걸까. 뜨거운 탯줄이 전설인듯
내 목에 감겨,
나는 싱싱한 물결 속 깊이
가라앉아있는 그 아이의 뼈를
건져올렸다. 내 손 바깥으로 뛰쳐나가려
몸부림치는 그 아이의 내장을 붙잡았다.
나는 그 아이의 병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아
화단을 떠나지 못한다. 그 아이의 병은 연보랏빛이나
빛깔이 아예 없었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 아이의 병은 곱게
접힌 것이 점점 더 하늘 향해 펴지더니
종국에는 접힌 자국조차
말끔히 펴지게 되었다.
모든 빛깔 너머 투명한 유리컵
밑바닥 세계에는
누가 잠들어 있나.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정형으로의 길에 자아가 덜 이입되었습니다
자기의 힘이 맹목적이기도 합니다
순수의 힘을 칭송함이 좋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예리하시네요.
지금 몸이 아파서 자아 이입이 참 힘드네요. 제가 봐도
힘이 없는 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를 써보고 싶어 끄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떼님의 댓글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든 빛깔 너머 투명한 유리컵
밑바닥 세계에는
누가 잠들어 있나."
시인님, 글은 언제 봐도 참 정갈합니다요, 그래서 청초한 순백의 백목련의 느낌이랄까요?
자목련을 읽으면서 흰목련을 떠 올리는 아니러니...
이런 것을 시적으로 뭐라고 정의하나요? 정말 궁굼해서 여쭙니다요,
그리고 제 퇴고 시 한 번 읽어 보셔요 시인님
조언 고려하여 1차 퇴고로 대치하였습니다요
즐거운 주말 지으세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게 보아주시는 거겠죠.
이 시의 아이디어는
자목련이 피어나는 것 - 자목련의 빛깔을 병으로 정의하는 것에 있습니다.
그런데 병은 우리 주변에 만연해있죠. 그러니까 자목련의 빛깔은 우리 주변의 현상으로 확장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자목련의 빛깔을 보다가 내 안의 병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리고 역으로 생각해서 내 병이 자목련의 빛깔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하게 됩니다.
내가 자목련의 빛깔을 사랑하는 것이 사실은 내 안의 병을 내가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자목련은 점점 더 펴지면서 빛깔같은 것은 투명하게 바뀌어갑니다.
어쩌면 저 개화라는 것이, 내 병을 초월하여 무언가 초월적인 것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궁금해합니다.
저 투명한 것 밑바닥에는 내 병의 흔적이 조금이나마 남아있을까 궁금해합니다.
그러니까 저 시는, 아이디어 하나를 끈질기게 붙잡고 변주하고 발전해가면서
내 병에 대해 쓴 것입니다. 아주 작게 시를 쓰는 방법이지요.
이 시의 단점은 힘이 없는 시가 되기 쉽고, 시가 단조로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컬러풀한 문장력이 있어야 합니다.
시에 힘을 주기 위해 중간에 제가 의도적으로 삽입한
싱싱한 물결, 뼈를 줍기, 내장을 붙잡기가 있습니다.
레떼님의 댓글의 댓글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 시작법이 시 영역의 점층적 확장도 있지만, 시 영역을 추상성에서 정황진술로 점점
그 범위를 축소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결론으로 집중하도록 하는 시작 법,
맞는지요?
제 생각에는 시적 영역의 확장보다 시적 영역이 주제를 향하여 점점 축소시키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시적 영역의 확대 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생각해 보니 축소쪽도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글을 쓸 땐 그것을 몰랐지만요
또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역쉬~~~!!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 많이 지으십시요
피플멘66님의 댓글
피플멘66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선생님 길위의 방향을 인지 해 봅니다
선생님이 내려 주신 흰눈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운전을 걱정 했지요
모두 옛일 이지만요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별로 선생님 소리를 들을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편하게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히려 이 게시판에 계신 모든 분들이 제 선생님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