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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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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59회 작성일 20-11-16 09:53

본문

관조/ 백록
- 어느 영화의 시나리오, 그 줄거리

 

창가에 선 연기의 시선이 입동의 찬바람을 마신다
간만에 내리는 빗줄기들을 감상한다

그 줄기를 타고 내려가면
바닥을 기어다니고 걸어다니고 뛰어다니던 당신의 시절이 얼씬거린다
추적추적거린다
이윽고 그 낌새를 앞 동의 창으로 옮기면
주마등을 떠올리는 세월이 랜선의 스크린처럼 펼쳐진다
스스로 관객이 되어 동안의 필름을 되돌리며
파란만장한 제 동태를 관람한다
칸칸의 달을 오락가락하는
자전의 궤적이며
층층의 해를 거슬러 오르는
공전의 족적이며
내친김에 막바지 옥상에 다다르면
지금의 처지가 머뭇거린다
피뢰침의 촉수를 붙들고 더 올라야 한다는
쓸쓸한 독백
그 중얼거림과 함께

마침, 하늘의 표정은
흐릿한 천장으로 만장의 소설을 펼치고
하얀 생각들을 한참 읽고 있는 듯
꽁초에 매달린 잠시의 뿌연 연기도
이제 막, 막을 내리는데
어느새 까막새 한 마리
쓰윽 지나친다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관음 / 백록


오름들이 들썩이는 관음사 근처 으슥한 산길
피안의 차안으로
언뜻,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트롯을 소환하는
실루엣 둘 얼씬거린다
포개지고 갈라지는 그림자
두 개가 아닌 두 마리가 아닌 두 얼룩이
마구 헉헉거린다
목구멍이 막힌 개같은 발악으로
고양이 같은 야릇한 울음으로
훔치는 중생의 심장으로
목탁소리 심상치 않았다
그것도 몹시 허기진
늙은 노루 신음처럼
그런 관세음처럼

탁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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