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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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550회 작성일 20-11-17 18:10본문
그녀에게서 편지가 왔다. 그녀가 읽히지 않는다. 청록빛 수면 위를
떠다니는 백조와 비릿한 연꽃이
녹음과 함께 동봉되어 있었다.
백조가 연꽃을 잉태했다는 말인가?
그녀의 표정은 이렇게 종잡을 수 없다. 가라앉는 침묵의 글자들을
아련한 것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영롱한 비단벌레들이
글자 안으로 몰려든다.
가을햇빛이 투명한 유리창 위에 황금빛 피를 각혈해 놓는다. 가을에서 겨울로 걸어가는
그런 편지였으면 좋겠다. 외로운 것들 안에서 분수처럼 퍼져나가는
그런 편지였으면 좋겠다.
그녀 입술 안에서
백조처럼 날개 펼치고 훨훨 날아가버리는 혀는,
우람한 삼나무보다
편백나무 칙백나무 향기에 가까왔다.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차라리 그녀의 편지 속으로 스며들어 형태도 없이 녹아 흘러내렸으면 얼마나 개운하고 시원할까요. 며칠 전 웨스트민스터 궁전 북쪽의 시계탑에는 내 유년의 이츠키가 계단에 앉아 서러운 그 옛날의 것을 봉투에 담아 당신에게 보내었지요. 안타깝게도 그 봉투를 열어볼 수 있는 자는 오직 하느님뿐이라고 하네요. 허전한 마음에 퇴근길 세븐일레븐에 들러 담배 한 갑을 계산하고 나오려는데 계산대 구석에 진열되어 있던 각양각색의 추잉 껌들이 눈에 들어왔지요. 이 밤, 달달하고 상큼한 박하 향기를 품은 껌종이에 당신이 띄운 사연들이 녹아 서럽게 밀려오네요.
* 마음이 과하면 몸도 상하는 법입니다. 선명한 계절이 지나가면 은은하게 우릴 비춰주는계절도 분명 또 오겠지요. 그날을 기다리며 건강하시길요,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휴 글 몇자 적는 것도 힘드네요.
날건달님 말씀이 더 시 같네요. 역시 시는 간절함으로부터 고여드는 법.
날건달님의 좋은 시 잘 읽고 있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연보랏빛 꽃숭어리
비릿한 물비늘 살랑거리며
하얗게 피어오르는 날갯짓
당신의 바다
그 깊은 해구에 회돌이 치는
청록빛 입자들
당신의 폐부 깊숙이 봉인된
괴사한 삶의 파편들이
고열에 신음하는 밤의 갈피 속
한 줄의 침묵으로
산란하고 있어요
* 빨리 회복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