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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잡아먹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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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꼬마詩人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40회 작성일 20-11-17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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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 잡아먹혔다


                                            박규현



4차선, 검은 바다에서
흐물대는 난 먹잇감 이었다
점멸하는 신호등
질주하는 파도는 군침을 흘렸고
어디선가 비집고 나온 멜로디에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정처없이 떠돌다
무언가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키 큰 멀대는
용납할 수 없다는 듯
차갑게 축객령을 내렸다
온 몸에 힘이 빠져
주저 앉으려는 순간
바다 위 떠다니는
하얀 부표를 붙잡았다
괜스레 이 상황이 억울해져
꺽꺽 울었다
어느 순간 세상이 꺼졌다

소란스러움에 정신을 차렸다
패대기쳐진 몸뚱이가 건져 올려졌고
파도에 실려
어디론가
넘실 흐르고 있었다
속이 울렁거린다

집에 가면 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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