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생일날에 > 창작시의 향기

       아내의 생일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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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넘은 스물 하나

처음 속살을 드러낸 후

삼십여 년을 함께 살았다

힘들고 무서웠을 세상살이에

무슨 자신이 있었던 건지

멋모르게 살았던 세월 동안

넌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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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한참을 싸우고

이제 헤어지는 게 낫다고 느껴진 순간

두렵고 아쉬웠다

다시는 너와 살을 섞을 수 없다는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너의 알몸은 삶의 축이었는데

더 이상 이불 속 둔부를 더듬거릴 수 없다는 상실은

온기를 잃어버린 폐인의 심장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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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사진들 속에

너의 아이같은 얼굴이

어색하고 또 쑥스러운 게,

언젠가 말했었지?

전도연만 인어공주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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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한다

아이들이 크고 시간들이 지나

아줌마, 아저씨가 되었지만

난 아직도 상상한다

오늘밤 잠자리에

너의 유방과 둔부를 누이고

온 裸身을 비틀어

부끄러운 사랑놀이를 해서라도

나의 인어 공주를 변하게 하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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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아,

오십에 열매를 얻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