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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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싹해지는 오늘
한라산자락 늙은 소낭을 기웃거리는
까마귀들이 그걸 말하고 있지
까악 까악거리며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가시 / 백록
사전의 말씀을 빌리면
너는 나의 전생 같은 물고기의 잔뼈다
바늘처럼 뽀쪽하게 돋친 거다
살에 박힌 나무 따위의 거스러미다
어쨌거나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론 음식물에 생긴 구더기 같지만
너야말로 아름답게 잘 지은 시다
싹 비워버린 어느 경전의 첫머리로 쓰인
어느 날의 어느 시처럼
그런 노래의 가락
등등의 곡조다
검은 머리카락들이 어느덧 희끗거리고 있다
물결에 휩쓸린 가시처럼
흘러 흘러, 혹은 바람에 실려
바다를 가고 싶은 거다
너는 그렇게
노래를 부르는 거다
춤을 추는 거다
살을 벗어난
살풀이로
육신을 떠난
한풀이로
오영록님의 댓글

여전하시구료// 갑장// 추운데 몸 간수 잘 합시다.~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물론 거리 두기 잘 하시지요? 그래야 더 살 수 있으니까. ㅎㅎ
오늘도 난///
나는 詩人이 아니다 / 백록
나는 시인이 아니다. 마땅히 하릴없이 허구한 날 시답잖은 글줄 나부랭이를 붙들고 공염불의 소리로 중얼거리며 골방에서 탑돌이를 즐기는 주제에 속세의 시시비비나 가리는 부류, 이런저런 비인이라면 모를까
나는 어쩌면 불안한 불인不人이다. 뿌리만 간신히 내리고 제대로 싹을 틔우지 못한 족속으로 사람의 탈을 빌려 썼을 뿐, 스스로 부처나 된 것처럼 착각하고 홀로 까불며 생전 읽어본 적도 없는 경전을 들먹거리는 중생이랄까
말년 같은 어느 중년에 저도 몰래 거세된
그런 시인寺人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