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타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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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98회 작성일 20-12-04 20:07본문
버려진 꽃들이 폐타이어 주변으로 몰려든다. 제비꽃은 어딘지 젊은 아버지를 닮았다. 젊은 아버지의 하루는 저 폐타이어 주변을 맴도는 것이었으리라.
그것은 아주 높고 가파른 삼선교 언덕을 숨가쁘게 걸어올라가는 일과 잔병치레에 늘 정신이 반쯤 나가있는 어린 아들과 똥이 껴 있는 뭉특한 볼펜으로 비웃는 장부의 빈 틈을 채워넣는 일이었으리라. 장부의 빈 틈에 잎이 피고 또 지고, 둥글도록 낯선 내 아버지는 중심부터 서서히 닳아가셨으리라.
나는 아버지의 어떤 부분이 가장 먼저 길바닥에 갈리며 가장 먼저 피 흘리며 가장 먼저 내 이름을 부르셨던 것인지 궁금해진다. 타이어는 먼 길을 가려다가 문득 멈춰 호흡 가쁜 풀잎들 새에 누워있다. 길이 너무 먼 것이었을까. 양 겨드랑이 사이에 어린 것들이 달라붙어 정지를 보챈 탓이었을까. 빨갛게 밀려오는 노을이 아버지의 날개를 자른 탓이었을까.
누른 발 끝에 소금 더미가 쌓였다. 찝찔한 아버지 등뼈가 점점 더 굽어가는 그것은 축제를 닮았을까. 하얗고 듬성듬성해진 머리카락이었을까. 주름 안에서 하루하루 작아지던 눈동자였을까. 어떤 때면 나는 그 폐타이어의 시선이 천천히 읽어내기에 너무 멀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선 위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메뚜기만큼이나 아프게, 탄 고무 위에 각인된 활자들. 폐타이어가 풀잎들 새에 누워 있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버님께서 살아계신지요??
효도할 수 없이 돌아가셨다면 슬프겠습니다
폐타이어, 차는 가족이겠지요
술을 마시고 읽으니 더욱 감성이 휩싸고 돕니다
저는 만 3세 때 아버지께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희미하게 떠오르는 오토바이를 타셨다죠
가끔 저를 태워주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많이 연로하셔서 가슴 아픕니다. 얼마가 될 지 모르겠지만 효도를 다할 기회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감사합니다.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렐리 시인께서는 미등단시인이시지만
시인이 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미 문예지에 등단할 만한 실력은 갖추셨습니다
만약 등단하신다면 그 보다 효도가 없겠지요
시집을 출판하는 것도 한 방편입니다
겸손도 좋지만 실력이 없다고 믿지 마십시오
제가 보기에 시마을 창방에서 3손가락 안에 드십니다
제가 스승으로 모시는 까닭은 여러 면이 있지만
시를 잘 쓰기 때문도 포함이 됩니다
문향이 만개하기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추신: 50대 초반이라고 하셨죠?? 코렐리 시인 = 자운영꽃부리 시인의 시를 읽으면 청춘이 느껴집니다..
제가 제 또래로 착각할 만큼 젊음이 느껴집니다,, 제 나이는 이제 40세가 됩니다..''
어리다는 게 아니라 어른으로서 절정의 시를 쓴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시를 읽어보세요 얼마나 황홀한지 아름답습니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이유가 뭔지 알게 하는 그런 시입니다
정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
추신2: 시마을 역사에 남는 칭찬을 남기고 싶어서 추신2를 씁니다
그러니까 "시마을의 역사상 최고의 시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기억하세요, 마황 이강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자신을 믿으세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무 과한 말씀이십니다.
제 시를 제가 아는데,
마황님께서 절 격려하시려 마음쓰시는 것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머물다 갑니다. 시인님!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