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매한 계엄령 > 창작시의 향기

배울 것 다 배운 이들이
못 배운 연놈이라 윽박지르고
뒷구멍으로 호박씨만 깐다면
이 미천하고 미흡한 식견으로는
뭐라 대답해야 하는가?

참되고 바르게 살라고들 한다마는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 것이고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는 차마
알지도 못한 채로 그저 등만 떠밀려
레밍들은 사상의 관타나모에 왔다

죄명은 단 하나요—요컨대 무슨무슨
올바름의 기준에 미달한 죄!
그러나 형량은 놀라지 마시라, 무려
종신형……그뿐이면 다행일 것을
조리돌려져도 항의할 권한이 없다네

하지만 막상 와서 보니 웬걸,
고명하고 고매한 이름 높으신
그 선생들조차도 뭔가 수틀렸는지
저마다 앞뒷발을 쿵쾅쿵쾅 구르며
고래고래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