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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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95회 작성일 20-12-08 11:10본문
사그라다 파밀리아
백석의 시를 읽다가
애끊는다라는 표현에 눈이 간다. 백석은 애끊는다라는 표현 대신
낯설다라는 표현을 썼어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땅 위를 기어가는 배추벌레 애벌레가
결코 구름에 가까와질 수 없는 것처럼
내 여인은 결코 웃지 않는다. 웃지는 않지만 잠시
공기 중으로 사라지듯이 소곤거리며
앙상한 뼈만 남긴 폐선처럼
핏빛 노을처럼
그것은 뜨거운 벽돌들로 쌓아올린
내 유년시절 검은 물이 찰랑거리는 못 위에 집을 지었대서
그 안에서 자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나가던
방, 그것은 그녀의 자궁이 지은 집,
여기서 바라보는 그녀는 결코 웃는 법 없지만
통각의 소매에 홀린 배추흰나비도
입술이 달라붙었기는 마찬가지다.
그녀는 잔해만 남았다. 그녀는 겨울 카페 창밖으로 내다보는
구름 사이로 검은 가지 뻗는다. 종아리 매끈한 긴 가지에
물방울들이 잔뜩 매달렸다. 종이로 만든 물방울들이다.
언어의 장갑 안에 감추어진
희고 긴 손가락들처럼,
나는 그녀를 불협화음으로 소묘해보고도 싶고
강렬한 원색으로 칠해보고도 싶지만
이렇게 잔해만 남는 것이
그녀에게 어울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곧 겨울이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렐리 시인은 "시마을 역사상 최고의 시인"이라는 찬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2020년 시마을문학상 금상을 수상하면서 느낀 점이 많습니다
언제나 차석을 하는 코렐리 시인의 문운이 함께 하기를
시마을에 머물러 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 훌륭한 시를 많이 남기시고 스스로를 믿었으면 합니다
발전하셨고 더욱 발전하리라 예감하며 사랑하는 시인을 뜻하지 않게 오래도록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쁩니다
다음년 2021년에는 꼭 시마을문학상 대상을 타기를 고대하며 지치지 않을 시심을 북돋으며 앞으로 전진하기 바랍니다
정말 많은 시를 우수창작시로 쓰셨지만 앞으로도 더욱 많은 시를 쓰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찬 미래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마음 변치 않기를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격려 감사합니다. 너무 과하게 절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시를 쓰다가 비틀거리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기에 늘 부족하고 아무 데도 도달하지 못한 글들뿐입니다.
tang님의 댓글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어 유희로 覺에 도전 하셨네요
순리의 힘이 함몰과 부딪치며 새로운 여정에 대한 표출만 있어
의도하는 각의 있음이 미약하여 다가섬의 섭섭함이 각인으로 섭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예리하십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