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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도로 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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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20-12-11 07:45

본문

지방도로 차행(車行)

 


쌀쌀한 겨울바람이

발톱을 세워 옷깃을 후비며

우는 고양이처럼 보챈다

갈 길이 먼데 평원의 강물은

억새밭 가장자리 쌓인 강모래에

고인 듯 얕게 떠있다

해를 먹은 구름은 나무늘보처럼 흐르나

이상한 청량함에 취해있다

산 아래 옹기종기 모인 남향집들이

돌아올 사람이 있는지 지방도로를 굽어본다

구겨진 마상록(馬上錄)처럼 차창의 길 위에 버려지는 생각들

이정표를 발견한 목표들이 생각 없이 달린다

텅 빈 들판에 겨울의 관념만 눈발도 없이 우두커니 서있다

바닥이 깊은 공간의 빛에도 녹지 않을 초성들이

슬며시 동편에서 초저녁 하늘을 엿본다

발에 밟히는 가속의 시간을 지우며 굽은 지방도로를 따라갈 때

오래된 차량은 새 오일을 먹은 브레이크가 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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