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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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05회 작성일 20-12-11 16:25본문
내가 사는 마을 입구에 복숭아나무가 서있다. 내가 아이 적에도 나무 한가득 연분홍 그늘을 누가 자꾸 흔들었다. 꽃숭어리 속으로 뛰어드는 박새 그림자가 뭔가와 부딪치는 소리를 냈다. 박새는 하늘로 떠올라가는 풍선을 부리에 물고 있었다.
스며드는 꽃......
청록빛 통각 한가득
나는 그 꽃을 이렇게 불렀다.
따스한 허공 중에서 꽃들이 문질러지고
꽃들이 짓이겨지고
꽃들이 가녀린 화음이 되고
꽃술과 시친 천과 귀밑머리 바깥으로 아, 자그마한 조가비
그 모든 벅찬 것들을 분홍색 한 가지로
환원할 수 있을까?
복숭아꽃이 스며드는 얼굴......
네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괴로울 때나 고독할 때
이 꽃은 절정으로 향하여 가고 있다고
부드러운 뿔은
청록빛 의자를 내밀기보다
색채 속으로 침잠해갔다.
그때부터 나는 네 뺨을
연분홍 복사꽃이 스며든 뺨이라고 불렀다. 그것은 죽음과 황홀이 섞인 것이어서
한 몸으로 피어나는 잎들 향해
우리 함께 조곤이고 있는.
네 생이나 내 생이나 함께 예리한 가지에 스며들어
이 꽃처럼 절정으로 치닫는 봄을
함께 태어나고 죽어가는.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로나가 누르는 겨울 가운데로 환한 봄길을 내셨군요.
분홍에 담긴 것들 잘 보고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울이라 오히려 봄을 노래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갑자기 밖으로 얼굴을 내밀기보다 안으로 스며드는
꽃이라는 말이 생각나더군요. 내 영혼 안으로 스며드는 꽃을
생각했던 것인지......
암튼 왜 그런 말이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는 너무 감정적인 시가 되어서 이미지를 구축하느라 퇴고를 좀 많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