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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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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891회 작성일 20-12-13 10:34

본문

경전經典 / 백록

 

 

태평양 기슭 천길 수심에서 억겁의 세월을 침묵으로 일관하던

견고堅固의 아집에서 비롯된 말씀이다

불현듯 불의 날개를 달아 섬이 된

돌들의 전설이다

 

당신의 몸통은 평생 은하를 끌어당기는 한라의 주제가 되고

봉긋봉긋한 그 수족들은 삼백예순 오름의 줄거리가 되고

머뭇거리던 곳곳 흔적들은 빌레의 행간이 되고

트멍트멍 곶자왈 가시자왈 검은 씨가 되고

뿔뿔이 흩어져 돌뿌리가 되고

다시 모여 산담 밭담 돌담이 되고

우리의 울타리가 되고

 

그들은 하나같이 숭숭 뚫린 구멍을 품고

마냥 숨 고르고 있지

천태만상의 묵언수행으로

파란만장의 대장경으로

천년을 죽은 듯

만년을 산 듯

 

아직도 저 남녘 수평선엔

이어도 산아, 이여도 사나의 후렴구를 노래하며 춤추는

모천회귀의 몸살 같은 돌덩이

애초의 터무니를 잊지 못한 꿈 한 조각

망망대해를 출렁이고 있다

오늘도 컥컥 울부짖는 지삿개*가 마치

그걸 증명이라도 하는 듯

촉각을 세우고 있다

 

 

---------------------------------

* 서귀포시 해안에 위치한 중문대포주상절리

 


댓글목록

김태운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詩, 영주십이경(瀛州十二景) / 백록


 
거리 두기에 여념이 없는 한라산으로 첫눈이 내리던
12월의 어느 날 밤
백록의 눈망울로 별빛이 내린다
은하의 첫사랑이 내린다
뜨겁던 계절의 빙수가 중늙은이 시선으로
살살 녹아내린다
샤랄랄라 샤랄랄라

제1경의 성산일출(城山日出)
새벽을 품은 사랑으로
샤랄랄라 샤랄랄라

제2경의 사봉낙조(紗峯落照)
오름의 노을을 품은 사랑으로
샤랄랄라 샤랄랄라

제3경의 영구춘화(瀛邱春花)
방선문 들렁귀의 소문으로
들썩들썩

제4경의 정방하폭(正房夏瀑)
서귀포 포말의 말씀으로
푸석푸석
 
제5경의 귤림추색(橘林秋色)
풍성한 날의 미련 같은
가을빛 향기로

제6경의 녹담만설(鹿潭晩雪)
하얀 노루의 설움을 품은
겨울의 눈빛으로

제7경의 영실기암(靈室奇巖)
오백나한의 정기 같은
부처의 경전으로

제8경의 산방굴사(山房窟寺)
사계의 염불을 품은
굴의 절로

제9경의 산포조어(山浦釣魚)
물때의 서툰 고민 같은
낚시질 타령으로

제10경의 고수목마(古藪牧馬)
풀밭의 말씀들인 양
뛰노는 풍경으로

제11경의 용연야범(龍淵夜帆)
승천을 꿈꾸는 용들의
달빛 춤사위로

제12경의 서진노성(西鎭老星)
남극의 노인성을 향한
망망대해의 망령으로

일 년 열두 달 삼백예순날
지난날의 울긋불긋한 정취들
하얀 날에 문득 떠올린
마냥 푸른 섬의
붉은 풍경이다

샤랄랄라 샤랄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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