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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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48회 작성일 20-12-14 16:28본문
숲 속의 길에서
그대의 詩가 되기에는
내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종다리가 이렇게 나뭇가지 위에 앉아
노래하는 소리 들려왔습니다. 가지 하나가 뚝
끊기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가지 하나가 쓱
잎을 내미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보이지 않는 종다리들이
후벼판 눈알들이 떨어져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종다리 하나가
부르는 노래가 멀리서 다시 들려왔습니다.
울 아버지는 격류를 타고 하구를 찾아 떠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오.
울 어머니는 먼 섬을 향해 자맥질해갔다가 돌아오지 않았다오.
내가 귀를 기울이자 노래는 딱 끊겨버렸습니다.
그리고 높은 수림이 울울한 숲 한가운데
정적만 가득차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습니다.
종다리들도 온 데 간 데 없었습니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머님께 코렐리 시인의 시마을문학상 금상 수상작을 보여드렸습니다
어머님께서 "어느 신문기사"라는 시는 산만하다고 하셨습니다
제 생각에도 코렐리 시인은 은유법을 사용할 때 산만한 느낌이 듭니다
너무 많은 소재를 다 활용하지 못하고 상징 또는 비약으로 남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저는 제 시와 코렐리 시인의 시를 어머님께 냉정하게 평가해달라고 했습니다
저의 생각과 달리 조금은 코렐리 시인 보다 제가 잘 쓴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시를 잘 쓰고 못 쓰고라는 표현 보다 직설적이고 적나라한 것은 없습니다
어머님께서는 책을 많이 읽으셨고 제 시를 매일 같이 읽어드립니다
고된 노동 같은 시간을 공을 들여서 평가해주시는 어머님께 고마움을 바치며
코렐리 시인께서 은유법을 사용하실 때 조금만 더 섬세하게 풀어나간다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시마을문학상 대상 수상자 이화영 시인의 시는 제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코렐리 시인은 죽음의 비극을 슬프고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장면에서 저는 기가 죽습니다
그밖에도 거짓 같은 얘기로 진리를 만들어내는 솜씨 또한 배우고 싶은 장점입니다
앞으로 시마을에 얼마나 오래도록 머무를지는 모르겠지만
"시마을 역사상 최고의 시인"이라는 저의 평을 뛰어넘고 세상에 이름 석자를 남기시기 바랍니다
조금 더 짜임새 있게 쓰신다면 "역사에 남지 않을까" 겸손하게 속닥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과찬을 해주시는군요.
은유의 시는 치밀한 전개와 비약 두 가지의 투쟁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치밀하기만 해도 시가 좁아지고
너무 비약만 해도 산만해지죠. 그 둘 간 황금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제가 그 단계까지 못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바 명심해서 시를 쓸 때 반영해보겠습니다.
저는 늘 시를 쓸 때면 제 시가 답답하기만 한 사람이라, 최고의 시인같은 것은 당치도 않은 말씀입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적한 숲길을 걷는 시인의 심상이 너무 적나라해서 깊은 공감을 이룹니다.
밖에서 보는 숲은 고적하기 그지없지만, 걸어보면 숲은 쉴새없이 노래하거나
주고받는 저들의 이야기에 귀가 따가울 지경이죠.
향기로운 코렐리 시인님의 숲에서 한참 머물다 갑니다.
향기가 너무 좋아요,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항상 제 시를 이해해주시고 감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식안과 감성이 투명하신 석류꽃님.
향기는 어느 한 자리에 머물러있지 않고 늘 다른 곳으로 움직여나가죠. 이 찰나의 순간에
숲 안에서 향기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누군가가,
내가 이 향기를 포착했었다는 사실을 이해해주는 것 - 그것만큼
감동적인 일이 있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