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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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하나가 굶주린 떡갈나무들 사이에서 시를 주웠다. 누이동생도 굶주리고 어머니도 굶주리던 계절이었다. 시가 그 아이를 삼켜버렸다.
나중에 내가 그 자리를 찾아가 보았을 때, 그 자리에는 아이 신발 한짝만이 놓여 있었다. 멀리 보이는 광장에서 빛의 분수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멀리 날아와 내 어깨에 달라붙는 물방울들이 파문을 털어냈다. 먼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 시였을까, 떡갈나무 예리한 가지들이 내 망막 위 자상같은 시였을까.
아무러나 높은 떡갈나무들 내쉬는 숨이 파랗게 내 폐속에 번져가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신발은 시인의 길을 걸어야 하는 상징이겠죠
숨은 살아있는 이유를 묻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아이 처럼 시를 줍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자신은 시를 줍고 있었겠죠
떡갈나무는 듣는 어감이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것 처럼 그려집니다
떡갈나무를 먹여 살리는 물방울은 빛입니다
어깨는 짊어질 것에서 파문을 일으키네요
아이는 코렐리 시인을 유혹하는 시마가 아닐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명확하신 해석이지만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겨야하겠죠.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문득 구르몽의 낙엽이 떠오르는 군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어린 시인이 섰던 떡갈나무 숲에서 옛 흔적을 돌아 보는
시인의 마음이 아릿 하군요.
시에 삼켜졌다가 이제는 그 시로 터져오르는 코렐리님의 모습이
간결하게 묘사 된 듯하여 참 좋습니다.
행간에 마치 떡갈나무 향기가 흠벅 배어있는 듯 잠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석류꽃님은 언제나 제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혜안이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비극인 듯하면서도 비극이 아닌 그런
삶을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