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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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498회 작성일 20-12-17 11:49본문
아이 하나가 굶주린 떡갈나무들 사이에서 시를 주웠다. 누이동생도 굶주리고 어머니도 굶주리던 계절이었다. 시가 그 아이를 삼켜버렸다.
나중에 내가 그 자리를 찾아가 보았을 때, 그 자리에는 아이 신발 한짝만이 놓여 있었다. 멀리 보이는 광장에서 빛의 분수가 터져나오고 있었다.
멀리 날아와 내 어깨에 달라붙는 물방울들이 파문을 털어냈다. 먼 능선이 길게 이어지는 시였을까, 떡갈나무 예리한 가지들이 내 망막 위 자상같은 시였을까.
아무러나 높은 떡갈나무들 내쉬는 숨이 파랗게 내 폐속에 번져가는 것이었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미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신발은 시인의 길을 걸어야 하는 상징이겠죠
숨은 살아있는 이유를 묻는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아이 처럼 시를 줍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이미 자신은 시를 줍고 있었겠죠
떡갈나무는 듣는 어감이 도끼로 나무를 쪼개는 것 처럼 그려집니다
떡갈나무를 먹여 살리는 물방울은 빛입니다
어깨는 짊어질 것에서 파문을 일으키네요
아이는 코렐리 시인을 유혹하는 시마가 아닐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확하신 해석이지만
해석은 전적으로 독자에게 맡겨야하겠죠.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문득 구르몽의 낙엽이 떠오르는 군요.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어린 시인이 섰던 떡갈나무 숲에서 옛 흔적을 돌아 보는
시인의 마음이 아릿 하군요.
시에 삼켜졌다가 이제는 그 시로 터져오르는 코렐리님의 모습이
간결하게 묘사 된 듯하여 참 좋습니다.
행간에 마치 떡갈나무 향기가 흠벅 배어있는 듯 잠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석류꽃님은 언제나 제 마음을 잘 읽어주시는 것 같습니다. 혜안이 대단하신 분 같습니다.
비극인 듯하면서도 비극이 아닌 그런
삶을 적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