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밭 위를 나는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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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밭이 멀어 아직은 너라는 색채가 더 가까워 캔버스 위에 날것으로 칠해진다. 그것도 노한 덩어리로 추한 양감을 가지고 흘러내린다. 바람벽일까, 네가 비치는 그 황홀이.
일렁이는 밀밭을 바라본다. 저기 슬쩍 드러나 몸부림치는 것은 길일까, 아니면 또다른 심연일까. 투명한 하늘에도 길이 있을까.
내 날개의 검은 깃털이 태양을 유혹하고 있다. 나는 허공에 머물며 여기로부터 많은 것들을 지상에 풀어놓는다. 차가운 샘물에 목을 축이는 미뇽은 오렌지꽃처럼 타죽어갈 것이다. 향기를 한껏 들이키며 도취하다 보면,
내 부리는 지상의 것보다 죽은 자들의 섬을 더 많이 이야기하지만......
독초(毒草)가 태양 안으로 기어든다.
댓글목록
미상님의 댓글

ㅎㅎㅎ즐겁습니다
오늘은 일찍 시를 하셨군요
주무셔야 하는데 저도 시를 했습니다
밀밭 위를 나는 까마귀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뇽은 귀여운의 뜻과 토마가 지은 오페라로군요
독초는 까마귀의 깃털일까요 아니면 죽음을 상징할까요
독자에게 상상하는 재미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고호의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생각하며 쓴 시입니다. 그런데 고호가 주인공이 아닌,
밀밭을 나는 까마귀가 주인공이죠. 사실 시 처음은 고호가 주인공인 것처럼 쓰다가
나중에 까마귀가 주인공이라는 것으로 전환하는 반전형식을 노렸습니다. 시가 너무 간략해서 제가 원하는 효과가 나오지 않았네요.
날건달님의 댓글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대니보이, 올려 봅니다. 이 시와 참 잘 어울리는군요.
아 목동들의 피리소리들은
산골짝마다 울려 나오고
여름은 가고 꽃은 떨어지니
너도 가고 또 나도 가야지
저 목장에는 여름철이 오고
산골짝마다 눈이 덮여도
나 항상 오래 여기 살리라
아 목동아 아 목동아 내 사랑아
그 고운 꽃은 떨어저서 죽고
나 또한 죽어 땅에 묻히면
나 자는 곳을 돌아보아 주며
거룩하다고 불러 주어요
네 고운 목소리를 들으면은
내 묻힌 무덤 따뜻하리라
너 항상 나를 사랑하여 주면
네가 올 때까지 내가 잘 자리라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대니보이, 제가 좋아하는 노래라서
번역까지 했었습니다. 가사가 좀 제가 아는 것과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