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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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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12-20 12:34

본문

분만/당나귀

우리는 바람으로 만나요
온 세상을 누비다
복숭아 나무에 부딪혀
깨진 과육이 뒹굴죠
가슴 덮은 누더기로
서로의 박동을 느끼는
첫, 첫, 첫 감촉이죠

빗소리 뜨거운 볕 사라진 땅
성한 복숭아를 찢어요
잘게 씹은 과육 사이
우리 혀는 여름을 웅얼거리고
함께하는 이 길로
노을이 떨어져요

우리가 손을 잡으면
복숭아 나무 그림자가
달을 따라 늘어나죠
낙과로 태어난 내 앞에서
여름 덮는 우리의 시간
당신의 눈물은 땅 위를 적시고
바람은 달빛으로 스며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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