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냥니즘,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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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26회 작성일 20-12-20 17:15본문
조냥니즘*, 그리고 / 백록
꽁보리밥이 주식이던 시절의 정신을 소환한다
쌀밥은 조상님의 허락을 받아야 한 공기 겨우 얻어먹던 허기들의
싹싹 비워버린 그릇을 붙들고 입맛 다시던 소싯적의
보릿고개 아리랑고개
그 고개의 정신을 몸소 실천하던 그들은 어느덧 죽거나 늙어버렸지만
아무튼 지금은 써야 돌아가는 세상이라는데
요즘 사람들 웬만한 요깃거리는
손가락 전화 한 통이면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총알의 속도로 거뜬히 해결하더군
물론, 남은 음식 버리는 건 기본이고
그 또한 돈을 주고 처리해야 하는
자고로 그게 고민인 시대
세상은 그렇게 바뀌었어도 추위를 벗삼은 거리의 구세군 냄비는
이제나저제나 그냥 그 자리에서 딸랑 딸랑거리는데
이맘때만 되면 저 손은 대체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는 건지
근처의 노숙은 잔뜩 구부린 채 무슨 생각에 잠겼는지
늙도록 쓸 줄만 알고 조냥할 줄 모르는
어느 추리닝의 호주머니
빈손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몹시 궁금하다는 듯
무엇이 불만인 듯
마침 마스크를 썼으니 안면을 몰수하기엔 딱 좋다며
시대 탓 거리 탓 이 탓 저 탓 투덜거리며
재촉하던 걸음을 잠시 불러 세우는 건
다름 아닌 동네 클린하우스
멀쩡한 냄비다
이참에 저걸 들고 딸랑 딸랑거려도 괜찮겠다며 중얼거리는데
근처 구석에 잔뜩 구부린 민들레 근친 같은 풀꽃 한 포기
무척 시들시들하다
추위 탓인가
아! 이 시대의 저 기시감
무정한 데칼코마니다
허기를 넘어 아리고 쓰린
모가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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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 조냥정신(절약정신)의 조냥과 ism을 합성함
댓글목록
당나귀님의 댓글
당나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대가 많이 변하는 때인데도 정작 새로운 건 생활양식 뿐인가 봅니다. 코로나 조심하세요!
김태운님의 댓글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시대의 담론은 오직 코로나 뿐입니다
시도 노래도 춤도 정치도 경제도 문화도 사회도...
조심조심이 최상의 선입니다
일단 살아남아야겟지요
오영록님의 댓글
오영록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여전하시구랴~~ 또 한해가 이렇게 저물고 있네요..// 건강유의하시고 시는 여전히 많이 쓰시고요..//
김태운님의 댓글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글은 시가 아닌 일기라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