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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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부엌에서 추억을 빨갛게 젓는 어머니
고추장 담을 때면 햇볕 앉은 장독대에 있던
작은 항아리를 들고와 아버지를 꺼내신다.
한 국자, 한 국자 담을 때마다 아버지가 점점
빨개졌다.
어머니는 생전에 아버지가 고추장을 어떻게
먹었는지를 눈앞에 냉장고에게 차근차근 말씀 하셨다.
식성이 까다롭던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반찬들을
바닥에 깔린 신문지에게 말씀하셨다.
신문지는 글자들을 전부 아버지의 반찬과 습관들로
바꾸며 어머니의 아픈 무릎과 발목을 들고 있었다.
어머니는 한동안 말없이 어버지를 진심으로 오랫동안
빨갛게 저으셨다.
고추장은 아버지가 매웠나 보다.
어머니가 고개를 돌려 물 몇방울을 섞으신다.
밖에 아버지가 오래전에 심었던 동백나무에는
빨간 고추장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어둑한 저녁 바람이 서둘러 한번 닦고 갔다.
멀리 검은 산 하나 하늘이 하루 종일 저은
빨간 고추장 마지막 한 국자를 뜨고 있었다.
댓글목록
오영록님의 댓글

잘 감상하였습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오영록 시인님! `흰`으로 뵙고 오랜만에 뵙습니다.
들려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