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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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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4회 작성일 20-12-22 19:30

본문

크리스마스에 




눈 먼 새가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렸다. 버둥거린다. 깃마다 프라하며 비엔나며 부다페스트 닳아빠진 길바닥하며 어제 저녁 녹사평 역 부근 포르투갈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이베리코 두툼한 고기 스테이크가 매달려 있다. 카톡 메시지 열통을 친구들에게 받았고 날씨 춥다고 옷 두툼하게 입으라는 신호를 업은 나는 파란 하늘을 몽실몽실 날아가는 양떼들에게 목걸이를 사줄까 목을 맬 밧줄을 사줄까 생각하다가 초등학교 시절 엑스포 전시회에 가서 사왔던 투명한 유리컵 안 그라디올라스 구근이 아직도 그 컵 안에 있을까 껍질은 썩고 속살은 청록빛이 되어 올해 유난히 따스한 크리스마스 너머 가 있을까 한없는 폭포의 상징 속을 표류하는 그 남자는 아직 벌거벗고 있을까 리옹 시골장터 갖은 색채 황홀한 유리그릇들을 팔던 금발 처녀가 가슴을 가릴 줄 모르던 것을 활짝 펴진 치마 사이가 사이프러스처럼 웃던 것을 앙상한 십자가 안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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