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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까마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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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53회 작성일 20-12-23 11:23

본문

나는 까마귀다 / 백록

 

나의 초년은
큰갯마을 큰솔동산을 까칠한 솔잎처럼 기웃거리던
새까만 까마귀였다
나의 청년은
큰 산 넘어 동서남북 사방이 바뀌어버린 어느 기슭을 오락가락하던
어리석은 까마귀였다
나의 중년은
바다 건너 내륙의 한밭을 그럭저럭 맴돌던
외톨이 까마귀였다

마침내 말년을 향하는 지금의 난
시베리아 눈보라의 휘모리장단에 휩쓸리던 날
한라산자락 이 오름 저 오름으로 칼칼한 칼바람이 휘몰아치던 시간에
천년의 한으로 쌓인 산담 밭담 돌 트멍으로
희끗거리는 숨비소리들이 비치던 날
일흔 근처의 이명조차 따라 들썩이던 시간에
문득, 까막새가 되어버린 난

그동안 날아다닌 하늘조차 까마득해져버린
눈 깜짝할 새다
그새와 어느새 사이
까악 까악 혹은 꺼억 꺼억
하늬바람을 품고 높새바람을 기다리며 울어대는
억새 같은

그럴듯하게 말하자면 난
천자문의 말씀처럼 애초의 하늘빛을 품고
창공으로 활짝 날개를 펼친
검은 혼백 같은

그림자다

댓글목록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랜만입니다.
하늘빛을 품은 그림자는
역상의 저편에 곧 서광이 비칠겁니다.
신축년 새해가 어서 오라는군요.
새월 참 빠릅니다.
건강하시길요. 백록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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