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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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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종이비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20-12-23 17:58

본문



남자





차창에 떨어진 처음 빗방울의 길을

따라 줄이은 빗방울들 제 마음대로

벗어나지 않는다


흰 눈길을 누군가 앞서 가고

눈 녹은 질퍽한 길 위 발자국들

여전히 눈 위의 발자국을 밟고 있다


마음을 닦느라 순간의 한 생이 가고

죄를 태우느라 너의 생까지 빌려왔다


목숨이 하나 뿐이라

죽어야 얻어지는 다음 생은

너나 가져라


세상 끝을 다 뒤져

전생의 얼굴을 찾아다닌다 해도


지금 여기 이 꽃은 그 꽃이 아니다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낯선 여자의

향기에 생의 환승역을 놓치는 건


나지만 나 아닌 아주 오래전

앞서 초원을 달려 나가던 낯선 사내

처음 보는 익숙한 그 눈빛 때문


이곳을

몇 번째 서성이는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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