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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谷의 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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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2회 작성일 20-12-30 12:55

본문

谷의 哭 / 백록

 

섬의 기슭으로 막바지의 경자庚子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이 컴컴합니다

시커먼 산자락엔 꽁꽁 얼어붙은 사연들의 공동묘지가 하얗게 만들어지고 있는 듯
요즘 따라 세상이 귀찮다는 어느 이명의 소문으론
구치소와 교도소의 이런저런 곡절들이
요양원과 보육원의 외로운 하소연들이
눈물로 섞여 펑펑 흘린다는데

잿물처럼 얼룩진 그 속으로 하얀 천사들이 마구 흐느적거리고 있습니다
얼핏. 히포크라테스가 얼씬거립니다
설핏, 나이팅게일이 얼씬거립니다
하얀 무덤 속으로 수술실 메스 같은 칼바람이 세차게 붑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틈새로 길 잃은 노루들 컥컥
울부짖고 있습니다
어느새 흠뻑 젖은 억새들 억억
어깨를 들먹이고 있습니다

내일이면 까치들 설날인데
모레면 아이들 설날인데
새해엔 흰 소로 환생하고 싶다는
외도의 늙은 수탉
산 너머 솔동산의 새벽을 그리며
홰를 치고 있습니다
파닥파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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