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도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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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06회 작성일 20-12-31 05:01본문
산에도 섬이 있다.
울어 울어 서럽던 한 아이가 늦은 겨울밤 산으로 가
섬이 되었다.
반쯤 비어가던 식지 않은 우유병을 두고,
사랑스럽게 불러줄 이름도 없이 조용한 까만 눈빛
떨구며 홀로 겨울바람 휘도는 검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 검은 산과 청록빛 산 사이의 작은 섬이
되었다.
늘 등에 업혀 귀를 만지던 작은손이 이름없는빈손을
흔들며 반쯤 비어 있는 우유병을 들고 오는 밤이면
어릴 적 이불 속에 누워 훌쩍이던 머리 위에 밤새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던 노란 강보가 머리까지
덮여 있던 그 어둡던 검은 시간이 뜨겁게 흘렀다.
산에도 섬이 있다.
작은 가슴 위에 반쯤 비어가던 우유병으로 내 가슴에
업혀오는 작은 섬이 있다.
어느 날 섬을 가슴에 들고 있자 섬이 자꾸자꾸 커졌다.
섬이 내 앞에 무수히 별을 쏟아부었다.
새벽으로 하얗게 검은 산들을 지웠다.
그리고 은 물빛이 곱게 누운 바다를 들어 올렸다.
나는 섬의 끝에서 밤새 눈을 뜨고 있던 내 하얀 다리를
보았다.
섬은 내 하얀 등에 업혀 부드러운 바람으로 귀를
간지럽혔다.
쌀 씻는 소리가 들리는 잔잔한 물결 위에 반쯤 비어
있는 우유병이 살랑살랑 떠다녔다.
섬은 하얀 내 다리앞에 앉아 반쯤 비어 출렁거리는
우유병을 보고 웃고 있었다.
산에도 섬이 있다.
겨울 휘파람 소리 따라 반쯤 비어있는 하얀 우유병으로
별들 속을 떠다니는 이름없는 작은 섬이 있다.
검은 산들을 지워 은 물빛 따스한 바다를 들어 올려준
사랑스러운 나의 작은 섬이 있다.
댓글목록
창작시운영자님의 댓글
창작시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쪽지 확인 부탁드려요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네 확인하고 보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