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도 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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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도 섬이 있다.
울어 울어 서럽던 한 아이가 늦은 겨울밤 산으로 가
섬이 되었다.
반쯤 비어가던 식지 않은 우유병을 두고,
사랑스럽게 불러줄 이름도 없이 조용한 까만 눈빛
떨구며 홀로 겨울바람 휘도는 검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 검은 산과 청록빛 산 사이의 작은 섬이
되었다.
늘 등에 업혀 귀를 만지던 작은손이 이름없는빈손을
흔들며 반쯤 비어 있는 우유병을 들고 오는 밤이면
어릴 적 이불 속에 누워 훌쩍이던 머리 위에 밤새
한 번도 펼쳐보지 못했던 노란 강보가 머리까지
덮여 있던 그 어둡던 검은 시간이 뜨겁게 흘렀다.
산에도 섬이 있다.
작은 가슴 위에 반쯤 비어가던 우유병으로 내 가슴에
업혀오는 작은 섬이 있다.
어느 날 섬을 가슴에 들고 있자 섬이 자꾸자꾸 커졌다.
섬이 내 앞에 무수히 별을 쏟아부었다.
새벽으로 하얗게 검은 산들을 지웠다.
그리고 은 물빛이 곱게 누운 바다를 들어 올렸다.
나는 섬의 끝에서 밤새 눈을 뜨고 있던 내 하얀 다리를
보았다.
섬은 내 하얀 등에 업혀 부드러운 바람으로 귀를
간지럽혔다.
쌀 씻는 소리가 들리는 잔잔한 물결 위에 반쯤 비어
있는 우유병이 살랑살랑 떠다녔다.
섬은 하얀 내 다리앞에 앉아 반쯤 비어 출렁거리는
우유병을 보고 웃고 있었다.
산에도 섬이 있다.
겨울 휘파람 소리 따라 반쯤 비어있는 하얀 우유병으로
별들 속을 떠다니는 이름없는 작은 섬이 있다.
검은 산들을 지워 은 물빛 따스한 바다를 들어 올려준
사랑스러운 나의 작은 섬이 있다.
댓글목록
창작시운영자님의 댓글

쪽지 확인 부탁드려요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네 확인하고 보내 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