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게 타버린,
페이지 정보
작성자
본문
검게 타버린,
나무는 그의 기막힌 생각이었다
다양한 생각이 자라나며 공중으로 손을 내민 가지마다 계절이 날갯짓하며 찾아왔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생각의 이파리들은 울긋불긋 서로의 눈빛을 뽐내고 있었으며 비 오는 날이면 다 함께 어깨를 늘어뜨리며 축축한 생각에 젖었다 가끔 평온한 생각들 사이로 깊고 온순한 눈망울을 굴리며 뿔 달린 사슴이 지나가거나 어디선가 불쑥 고개를 내민 다람쥐가 생각의 열매를 물고 바람처럼 달아나기도 했다 잘 자란 무성한 생각들은 갓 태어난 생각들을 돌보는 선생님이 되어 고요한 학교를 이루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울창하고 아름다운 생각의 날들이었음을,
그날 뒷산이 불길에 활활 타들어가며 맥없이 쓰러졌을 때 깨달았다
그는 치매라도 걸린 듯 멍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하늘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온통 검게 타버린 생각들이 저들끼리 두둥실 공중에 남아, 오랫동안 마을의 집들을 정처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제 시에 글 남기셔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더랬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이렇게 한번씩 들러 좋은 시 남겨주시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건강 건필하시길 빕니다.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그간 무고하신지요? 누군가의 인생사를 보는 듯하여 감회가 깊어집니다.
고맙습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나무에 달린 생각의 이파리들이 우리를 변함없이
고요히 감싸고 있었음을 느낍니다
시를 읽는데 바람결에 스치는 애잔함이라 그럴까
사라져버리고 떠나버린 것들을 바라보며
뒷산에 망연히 앉아있는 듯 젖어드네요
시인님만의 닮고싶은 서정 자주 보여주세요
고맙습니다 몇번을 곱씹으며 읽어봅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너덜길님, 석류꽃님, 라라리베님, 반갑습니다.
꾸준히 습작하시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