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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게 타버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30회 작성일 21-01-12 15:17

본문

검게 타버린,

 

 

 

나무는 그의 기막힌 생각이었다

 

다양한 생각이 자라나며 공중으로 손을 내민 가지마다 계절이 날갯짓하며 찾아왔다 햇살이 눈부신 날에 생각의 이파리들은 울긋불긋 서로의 눈빛을 뽐내고 있었으며 비 오는 날이면 다 함께 어깨를 늘어뜨리며 축축한 생각에 젖었다 가끔 평온한 생각들 사이로 깊고 온순한 눈망울을 굴리며 뿔 달린 사슴이 지나가거나 어디선가 불쑥 고개를 내민 다람쥐가 생각의 열매를 물고 바람처럼 달아나기도 했다 잘 자란 무성한 생각들은 갓 태어난 생각들을 돌보는 선생님이 되어 고요한 학교를 이루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울창하고 아름다운 생각의 날들이었음을,

 

그날 뒷산이 불길에 활활 타들어가며 맥없이 쓰러졌을 때 깨달았다

 

그는 치매라도 걸린 듯 멍한 얼굴로 앉아 있었고 하늘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온통 검게 타버린 생각들이 저들끼리 두둥실 공중에 남아, 오랫동안 마을의 집들을 정처 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 시에 글 남기셔서 너무 반갑고 고마웠더랬습니다.
바쁘시더라도 이렇게 한번씩 들러 좋은 시 남겨주시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건강 건필하시길 빕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무에 달린 생각의 이파리들이 우리를 변함없이
고요히 감싸고 있었음을 느낍니다
시를 읽는데 바람결에 스치는 애잔함이라 그럴까
사라져버리고 떠나버린 것들을 바라보며
뒷산에 망연히 앉아있는 듯 젖어드네요
시인님만의 닮고싶은 서정 자주 보여주세요
고맙습니다 몇번을 곱씹으며 읽어봅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너덜길님, 석류꽃님, 라라리베님, 반갑습니다.
꾸준히 습작하시는 모습에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앞으로 자주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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