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유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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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꽃피었던 언덕으로
구름처럼 가볍게
할머니의 굽은 허리는
봄을 기대하며 분발하신다
눈길의 계단 앞에서
잠시 당황하여 멈추어 서신다
어디였던가, 우회로가 생각 안 나네
치매는 안 돼, 곧 봄이 오면
꽃구경을 한 번 더 해야 하거든
손주 녀석 키우던 유모차가
이젠 할머니의 지팡이가 되었다
세상 떠나시는 날엔
먼 여행길을 같이 날아가야 한다
할머니, 바퀴가 낡았으니
새 걸로 바꾸셔야 하겠습니다
아니예요, 날마다 걸레로 닦아 주어
아직 튼튼하답니다
아이는 유치원에 뛰어서 갈 수 있지만
할머니의 빈 유모차에서 지금도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유모차는 할머니의 허리와 다리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행복을 지켜드리기만 하면 된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구름처럼 가볍게 분발하는 굽은 허리나
우회로, 같은 시선이 참 좋네요,
언어를 최대한 아끼신 다면 좋은 시를 쓰실 분 같습니다.
순례자님의 댓글의 댓글

좋은 가르침의 말씀 깊이 새겨 글 다듬는 일에 더욱 힘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라라리베님의 댓글

진달래 꽃필 언덕으로 가볍게 굴러가는
유모차에서 흘러나온 서정이 봄빛처럼 환합니다
순례자님은 마음이 따스하신 분 같습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순례자님의 댓글의 댓글

저의 부족한 시에서 환한 봄을 느끼시고 따스하게 격려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라라리베님의 시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