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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나무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433회 작성일 21-01-28 12:19

본문

 

나무들은 이 도시의

구멍 뚫린 그리움을 길어 올리는 것일까

긴 그림자를 앞세우고 우쭐우쭐 계단을 오르면

노을은 은행나무 가지 끝에서 서늘하다

뿌리에서 여과된 시장골목의 비릿한 소음들이

하늘로 건너뛰어 금빛 날개를 펼친다

고생대 정글을 되새김질하면서 나무들은

지상의 여망을 무심히 실어 나르고

그들의 숲에 물웅덩이 하나를 팠다가 지운다

육교 아래 버스정류장에선

정류장 홀로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야채 파는 노파의 굽은 등덜미에도

아물지 못한 그리움이 졸고 있다

나무들이 한기를 느끼고 파르르 떠는 시간이면

도시는 띄엄띄엄 전등을 밝히기 시작하고

나는 그림자를 떨구고 계단을 내려간다

나무들이 내 입맞춤을 기다린다



 

댓글목록

순례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순례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긍정적 관점에서 읽으시어 좋게 평가해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시간 여유 있으신 대로 많은 가르침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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