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 > 창작시의 향기

부부 싸움

우주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는
새들을 키우기 위해 나무가 되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앞만 보며, 나는 하늘로
너는 땅으로
계절의 고비마다 상처를 기록해 왔다

그런데, 난 어디로 자라는 가지일까
가슴이 찢기며 태양을 먹이 삼아 살아온 날들
남몰래 흘린 수액들을 뿌리야 넌 아니?
나이테로 새긴 서약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거센 바람 소리가 오고 가고
머리에 이고 있는 하늘을 내팽개쳤다

흩날리고 있는 살림들
우리는 결국 뿌리째 뽑혔다

나목이 된 우리
처음으로 누워본 수평
그 끝에
상처 난 너의 알몸이 보인다

깜깜한 땅속에서 나에게 짓눌리며
굽이굽이 물을 찾아
에돌아 나갔을 너

햇빛이 가지를 뻗기 시작한다
다시, 자라기 시작하는 나무

어린 새는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