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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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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0회 작성일 21-02-06 11:04

본문

눈보라 치던 밤

 

눈보라가

폭풍처럼 왔으나

구애(求愛)처럼 편히 잠들었다

 

아주 잠깐 사이였다

거인국의 설인(雪人)

백마장발(白馬長髮)을 풀어헤친 채

천지를 분간 못하게 어지럽히고

들녘에 등판을 눕히고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드는 사이

 

잠잠한 그 기회를 놓칠세라

활을 들고 한달음에 달려온

젊은 오리온이 눈에 얼핏 보였다

그는 쓰러져 잠에 취한 폭풍의 설인 몰래

억만년 넘게

세공한 보석을 가져다

하늘의 벌어진 틈에 가까스로 끼우고 있었다

아주 잠깐 사이였다

 

나는 그런 오리온에게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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